2012년에 킹스톤 병원에서 한인헤럴드로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Foundation Trust 회원으로 한인들이 많이 가입하게 홍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Foundation Trust(FT)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병원 운영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병원을 주민과 환자의 필요에 따라 운영할 수 있다. 2003년 처음 생겼는데 킹스톤 병원은 2012년에 이를 채택하려 보건부에 신청할 계획이었다. 당시 킹스톤 병원의 응급실과 산부인과 병동을 폐쇄한다는 얘기가 무성했는데 병원이 FT로 운영되면 주민과 환자의 요구에 따라 병동 폐쇄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의료 예산의 삭감에 따라 병원 규모가 줄어드는 피해를 벗어나려면 시급히 FT로 운영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공문에 설명했다.
킹스톤 병원은 공문을 통해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한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때 회원이 최소 5천 명 필요했는데 이마저도 모자란다고 호소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회원 가입은 킹스톤 병원 웹사이트 www.kingstonhospital.nhs.uk 에서 할 수 있다. 14세 이상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가입해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일 년에 4번 병원 운영에 관한 소식지를 받고, 건강 관련 이벤트, 세미나 등에 초청되며, 회원 모임에 참석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또 FT 대표(운영 위원)인 가버너 Governor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말하자면 회원이 돼야 병원 거버너가 될 수 있고, 거버너를 선출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 사설 병원이 아닌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모두 NHS TRUST로 킹스톤 병원은 KINGSTON HOSPITAL NHS FOUNDATION TRUST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council of governors)가 병원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킹스톤 병원은 런던 남서 지역 최초로 FOUNDATION TRUST 자격을 받았다. 운영위원은 선거로 뽑는 선출직 운영위원 Elected governor와 정부에서 지명하는 임명직 운영위원 Appointed governor로 구성된다.
그로부터 7년 뒤, 한인헤럴드는 Sian Bates 킹스톤 병원장과 2019년 신년 특집 대담을 한 바 있다. 당시 병원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한인 출신의 유일한 선출직 운영위원이었던 故 김장진 governor가 동행했다. 당시 병원장에게 "한인사회와의 발전적인 관계 형성은 어떻게?"라고 물었더니 바로, "한인 Governor가 더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병원장은 "Governor는 병원을 운영하는 이들을 관리 감독하면서 자기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것을 병원장과 운영진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병원은 지역민에게 필요한 것을 할 때 쓸모가 있다.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한인 Governor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지난 몇 년 동안 킹스톤 병원은 치매 병동을 개선하는 데 힘써왔다. 정부지원금 75%, 기부금 25%로 치매 병동을 환자의 가정 같은 분위기로 바꿨다. 이 사업에 한인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김장진 Governor가 병원과 한인사회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장진 씨가 돌아가신 뒤 킹스톤 병원에 한인 거버너는 더 이상 없었다.
이번에 선출직 거버너를 회원들의 투표로 뽑는다. 임선화 전 노인회장이 후보로 올랐다고 한다. 한인들이 많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투표해 킹스톤 병원에 한국인 governor가 생겼으면 한다. 한인 거버너가 있으면 한인들의 의견을 킹스톤 병원에 전달하기 편리하다.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에서 킹스톤 병원은 마치 한인병원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 한인들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가교'를 놓는 심정이라고 할까. 한국인 거버너의 재탄생을 기대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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