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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오빠

hherald 2024.10.21 16:40 조회 수 : 2179

요즘 가장 핫한 단어가 됐다고 할까. 오빠. 
명태균 카톡에 김건희 여사의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가 등장한 이후 국민의힘 대변인이 SNS에 자기 남편을 '배 나온 오빠'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여당 의원들과 관계자들,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영부인 조리돌림', '알았다면 악의적 저격이고 몰랐다면 정무적 무능', '의도적 조롱'이라고 질타한다. 글을 쓴 국민의힘 대변인은 '배 나온 오빠는 당연히 제 남편'이라고 해명했는데도 홍길동이 호부호형 못 하듯,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든다. 

 

오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손위 남자 형제를 이르는 호칭이다. 존칭은 오라버니. 오라비는 오라버니의 낮춤말이 아니라 손위 누이가 남동생을 낮추어 부르는 옛말이다. (그래서 기생오라비는 기생의 오빠가 아니라 기생의 남동생이다.)

 

오빠라는 단어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생긴 걸로 추측한다. 1895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필사본 국어사전인 '국한회어 國漢會語'에 오빠라는 낱말이 없다. 1938년 출간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 '오빠:계집애가 오라비를 부르는 말'로 나온다. 1957년 한글학회의 '큰사전'에 '오빠:오라버니의 어린이 말'로 해설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을 쫓아다니면서 응원하는 여자들을 일컫는 '빠순이'들의 소위 '오빠부대'의 출현은 1990년대다. 연인, 부부 사이에서 남자를 오빠라고 칭하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부터다. 당시 어른들은 이 표현이 불편했다. 오빠라니, 근친상간을 연상시키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지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빠는 무섭게 퍼졌다. 오빠를 처음 사용한 1990년대의 연인과 부부들이 지금 기성세대가 됐으니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가 요즘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오빠는 한류 유행어로 명성이 높은 단어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치고 '오빠'를 모르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다. 해외 한류 팬들 사이 '오빠'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늘어나면서 2021년 영국 옥스포드 영어 사전은 '오빠(oppa)'라는 한국어 단어를 등재했다. (네덜란드어와 독일어에 'opa'라는 호칭이 있는데 뜻은 할아버지라고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오빠라고 불렀다가는 최고 사형까지 처벌받는다. 김정은이 남한 말투를 지독히 싫어하는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에 의거해 한류 단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의 광기라고 할까. 오빠를 '우리 사회에 변태적인 괴뢰 말투, 괴뢰풍이 만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오빠. 단어는 잘못이 없다. 홍길동전도 아니고...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드는 금기어의 시대에 산다니 원, 말 그대로 오빠는 그들의 전매특허 대상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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