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열린 '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에 나는 솔직히 심드렁하게 갔다. 그런데 내 예상을 깨고 한인들이 한인회관 회의실을 꽉 메웠다. 공청회를 마련한 비대위 측에서도 예상 밖의 호응에 놀란 눈치였다. 과거 한인회 역사에서 공청회 비슷한 모임을 할 때마다 텅 빈 회의실을 봐왔던 터라 이번에도 이를 재현하리라 생각했던 나의 섣부른 판단은 뭉개졌다. 한인들의 당찬 각오가 이날 공청회장에 가득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있어 손을 들고 물었다. 오늘 공청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실명으로 신문에 알려도 되는지. 실명을 공개하지 말라는 당부, 한 사람도 없었다. 한 번 더 놀랐다.
이날 의견을 말한 이들이 많다. 다양한 방향에서 이번 한인회의 파행 원인과 문제, 대책을 얘기했다. 그런데 발표를 한 이들의 지적 중 유사한 부분이 있었다. 전 한인회 인사들의 감사보고서를 통한 트집, 당선 취소, 재선거 등 일련의 파행이 저질 코미디 수준에도 못 미치는 억지에 불과한데 그들이 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장도순 전 평통협의회장, 권오덕 전 노인회장, 박화출 한영장학회 회장 등의 의견에 따르면 "재영한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짓(거짓을 주장하는 것)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저지른다"는 것이다. 덧붙이면 "재영한인들에게는 억지를 부리면 반은 통한다.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속거나 두 가지다."라는 생각으로 거짓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그들이 재영 한인의 수준을 어찌 보는지, 이제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나온 얘기 중 하나. 김상수 씨의 감사보고서에 선관위가 정관에 있는 '공탁금을 기탁금으로 표현'했기에 이는 정관에 있는 법을 마음대로 해석해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참 낯부끄럽지 않은가. 재영한인회 정관에 있는 '공탁금'이란 단어는 그 내용과 맥락으로 볼 때 '기탁금'을 잘못 쓴 것이다. 한인회 정관이 무지한 거다. 그것도 좋다. 단어를 어떤 걸로 썼든 잘잘못을 떠나 공탁금을 기탁금이라 부른 것과 선관위 역할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감사보고서의 트집은 대부분 이런 수준이다. 논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날 선관위원이었던 이들에 따르면 김숙희 전 회장 임기 중 개정한 정관 내용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선거 후 7 일 이내 재영한인회로 공탁금 반환, 공탁금은 선관위가 보관하며 선거관리 비용을 제외한
잔액은 차기 회장에게 인계한다, 이 두 규정이 정관에 함께 있다)이 있어 스스로 제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돈 안 돌려줬다고 억지를 부리는 건? 정관을 고친 뒤 살펴보지 않았거나, 영국의 한인들에게 무법천지가 통할 거라고 봤다는 거다.
이날 '기계적 중립'이란 말이 나왔다. 편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진정으로 어떤 것이 중립인지 따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중간적 태도만을 고집하는 자세, 재영한인들의 자세가 그렇다는 지적이다. 무법천지가 편한 이들에게는 한인들의 이런 기계적 중립적인 자세가 너무 좋은 거다. "아, 그래?" 하면서 거짓도 반은 믿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다. 이제 억지 논리에 속지 말고, 거짓을 쓸어버리자. 제발 우리 한인사회를 그들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말자.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 조제프 드 메스트르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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