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고기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가뭄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이 떨어지면 최후의 수단으로 먹었다. 그런데 최근에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끼리 등 야생동물을 잡아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코끼리 고기가 주민 구호 프로그램이 됐다.
먼저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나미비아에서 코끼리 83마리와 하마 30마리, 버팔로 60마리, 임팔라 50마리, 누우 100마리, 얼룩말 300마리, 일런드영양 100마리 등 총 723마리의 야생동물을 잡아 주민들에게 고기를 나눠준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코끼리를 콕 찍어 200마리를 도태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코끼리 사냥 허가가 발급되면 정부와 계약을 맺은 전문 사냥꾼과 업체가 나서서 사냥한다. 코끼리 고기는 가뭄 피해를 본 지역사회에 배급한다.
코끼리 고기는 다양한 건강 효능을 제공하는 영양가 높은 식품이라고 한다. 전문가라는 이들에 따르면 고단백 영양 공급원으로서 근육 형성과 유지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신체 기능을 최적화하고 심혈관 건강 개선, 면역력 강화, 에너지 수준 향상에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코끼리는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동물이라 소비와 거래를 엄격히 규제한다. 그래서 구하기 쉽지 않고 효능을 체험할 기회도 거의 없다.
인간이 코끼리 고기를 먹은 역사는 길다. 네안데르탈인부터 코끼리 고기를 먹었다. 곧은엄니코끼리는 80만∼10만 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살았던 키 4m, 무게 13t의 당시 최대 육상동물이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고대 코끼리를 주기적으로 사냥했다. 곧은엄니코끼리 1마리는 100명이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다.
이번에 도태하는 남아프리카 코끼리는 지역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보다 훨씬 많아 어느 정도 사냥해도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해당 국가 정부에서 하는 말이다. 짐바브웨에서는 "코끼리 200마리는 바다에서 물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하다"고 정부 대변인이 말할 정도로 하찮게 여긴다.
과거 북아프리카에도 코끼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사하라사막 이북에 살던 작은 체구의 북아프리카 코끼리,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함께 알프스산맥을 넘은 그 코끼리는 로마제국 때 멸종했다. 콜로세움과 같은 로마 원형경기장에끌려가 인간의 구경거리로 검투사들과 피 터지게 싸우는 살육전에 끝에 멸종했다.
그래서일까? 코끼리 고기가 가뭄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주민 구호 프로그램이라는데도 왜 이리 찜찜할까.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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