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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기계적 중립이 만드는 분규 지역

hherald 2024.08.26 15:48 조회 수 : 569

외교부의 '2024년 재외동포 단체 현황'이 지금 있다면 재영한인총연합회는 아마도 분규 단체로 지정돼 있을 것이다. 한인회 분규는 아시다시피 몇 사람 갈등 당사자의 이해 갈등에 불과하다. 민관(民官)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민민(民民) 갈등인데 이게 심화하니 '왜 안 도와주느냐?' 하는 민관 갈등으로 터지기도 한다.
일단 분규 지역이 되면 동포 사회의 분열은 물론 정부 및 재외공관과의 협력 중단, 지원금 교부 제한 등 막대한 손실을 본다. 몇 사람 갈등 당사자의 이해 갈등에서 시작해 피해는 고스란히 재영 한인들이 입는 것이다.

 

그런데 재영 한인사회가 이런 분규 지역이 됐을 때, 혹은 잠정적으로 분규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었을 때 그 원인이 우리들의 '기계적 중립'이라는 안이한 자세가 이를 부추겼다고 반성해야 한다. 기계적 중립이란, 편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진정으로 어떤 것이 중립인지 따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중간적 태도만을 고집하는 자세를 뜻한다. 간혹 선악이 뚜렷하고 잘잘못이 분명한데도 중립이라는 핑계로 문제를 피하거나 양쪽에서 이익만 취하려는 태도나 자세를 말한다.

 

영국 한인사회에는 '내가 못 먹으면 너도 못 먹는다'는 식의 자세로, 의도적으로 분규 지역을 만드는 '꾼'들이 있다. 이런 독버섯을 우리가 기계적 중립의 자세로 묵과했기 때문에 이런 섭리를 잘 아는, 혹은 과거 경험에서 학습한 '꾼'들은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짐작했을 것이다. 분열이 생기면 대다수의 한인은 이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 판단하고 한인회장 선거 결과가 나왔는데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일을 저지르고 본 것이다. 귀찮아 못 본 척하거나 중립이라며 관여하지 않는 한인이 대다수일 것으로 오판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가 결성되고 논리가 아닌 논리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번에는 기계적 중립으로 있다는 것이 비겁한 것임을 깨달을 만큼 잘잘못이 명확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분규가 차라리 낫다는 '꾼'들이 기대했던 재영 한인들의 기계적 중립은 이번에 자리할 곳이 없었다.

 

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80세 전후의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이번 임시 총회를 이끌어 냈다. 과거 분규 지역으로 있으면서 겪은 문제를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직접 나선 것이다. 기계적 중립이 만드는 분규 지역, 과거 지긋지긋한 그 지난했고 부질없는 다툼의 세월을 기억하시는지, 이제는 제발 다시 없기를, 그리고 우리는 아니기를 바라면서...

 

이제 갈등이 종료되면 우리 한인사회가 겪을 후유증의 진통이 있을 텐데 이런 갈등 치유까지 좀 해주십사, 이분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이번에, 참으로 오랜만에 어른들께 참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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