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한인사회에 있는 각종 단체의 분규 소식이 들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분규' 하면 지난했던 과거 재영한인회가 떠올라 되씹기도 싫은데 웬 분규? 하겠지만, 사실이다. 이국 생활에 기쁨과 즐거움이 되어야 할 단체들인데 그 구성원들이 왜 나눠서 싸우는지, 안타깝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우선 해야겠다. 개인 個人이 있고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사회 社會가 된다. 사람이 모여서 집단 集團이 되면 이를 작동하고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른바 '법 法'이다.
법은 약속이다. 법대로 하면 된다. 법을 지키면 그 법을 만든 공동체는 건강하게 유지되고 잘 돌아간다. 물론 법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모든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절차를 거쳐 바꾸면 된다.
법이란 것이 국가 운영에만 필요하랴. 기업, 회사나 모임, 단체에도 필요하다. 당연히 해외 동포사회의 여러 단체에도 필요하다. 이를 회칙이나 정관이라 한다. 이 또한 법처럼 지켜야 할 약속이다.
영국의 한인 커뮤니티에는 진정으로 봉사하겠다고 모였거나 서로의 이해관계로 모였거나 사회 내에 활동하는 크고 작은 여러 단체가 있다. 그리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그들 나름의 법이 있다. 정관 定款이나 회칙 會則이다. 이렇듯 지켜야 할 약속을 만들어 두었다. 공동체든 모임이든 이를 기준으로 운영된다. 왜냐? 이것이 약속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 약속을 무시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싸움이 난다. 더 고약한 이는 단체의 새로운 장이 되면 제 입맛대로 이를 떡 주무르듯 바꾸기도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할 수 없는 단체(한국 정부나 외부에서 지원금이 들어오는 단체)일수록 정해진 법 해석이 저 좋은 대로다. 정관을 언제 어떻게 바꾸었는지 알리지 않고, 떳떳하다면 대외적으로 자랑해도 시원찮을 텐데 오히려 정관 공개를 쉬쉬한다.
단체장의 임기가 거의 종신제처럼 보이는가 하면 공탁금 등의 조건을 바꿔 새 단체장의 출현을 막기도 한다. 그들끼리 모여 법을 바꾸고 바뀐 법을 알리지 않고 법을 그들 집단 이해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집단이 되면 개인적 관계에서보다 이기주의가 더 심해진다.
고치고 고쳐 너덜너덜 걸레가 된 법을 들고 '이것이 우리법이다' 한다. 이런 걸레 같은 법으로 집단의 이익만 좇으니,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고 커뮤니티가 와해하고 분규가 생기는 것이다.
750만 재외동포라는데 해외 동포 사회의 각종 단체가 수만 개라고 한다. 재영 한인사회도 남 일이 아니다. 한인회 사태를 둘러싸고 공청회를 한다는데 이참에 단체의 옥석 玉石을 가려 존재 자체가 민폐인 단체나 단체장들을 한인사회의 자정 차원에서 정리하는 노력이 시작됐으면 하는 심정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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