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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레드라인 Red Line

hherald 2024.06.10 15:10 조회 수 : 284

 
조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대하는 정책과 자세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피란민이 밀집한 라파를 이스라엘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었다. 그는 라파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이 건너선 안 될 '레드라인'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해 민간인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전쟁 대응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시위대는 바이든의 레드라인을 '고무줄 레드라인'이라고 비아냥했다.
 
레드라인은 넘어선 안되는 한계선. 용인하기 힘든 수준,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마지막 한계선이다. 그래서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처음 레드라인이라는 말은 19세기 크림전쟁에서 나왔다. 간호사로 종군했던 나이팅게일이 전쟁보다 더 유명한 크림전쟁에서 1853년 당시 영국군은 붉은색 군복을 입었다. 붉은 제복의 영국군이 진을 친 형세가 멀리서 보면 마치 '가느다란 붉은 선(thin redline)'처럼 보였는데 결국 영국군이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자 붉은 병력의 저지선이 결코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다는 의미를 담아 레드라인이라는 말이 종군기자에게서 나왔다. 
 
톨스토이는 청년 시절 보병 장교로 크림전쟁에 참전했다. 문제의 전투 현장을 목격하고는 전쟁 후 ‘세바스토폴 이야기’라는 단편 소설로 크림전쟁의 참상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누가 악한이고 누가 주인공이란 말인가? 모든 사람이 선하고 동시에 모든 사람이 악하다."며 평범한 인간들이 끔찍한 악마들로 변하는 전쟁을 고발했다. 천사와 악마 사이의 경계는 미약해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씬 레드라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찌 보면 크림전쟁의 연속이다. 따뜻한 남쪽 흑해 연안을 차지하려는 러시아의 야망과 이를 막으려는 서방 세력의 충돌은 크림전쟁의 연속이다. 이 역시 레드라인은 평화에서 전쟁으로, 선에서 악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정치인은 레드라인을 강조하면서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정확한 레드라인은 없고 항상 모호하게 설정한다. 그래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고 불리하면 피해가려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모호한 레드라인을 갖고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청년층이나 무슬림·아랍계 유권자들을 붙잡아야 하는 그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이런 '고무줄 레드라인' 처세술로 얼마나 버틸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대선에 대한 젊은 층의 환멸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걸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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