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윤석열 대통령의 추석 선물

hherald 2024.09.09 16:45 조회 수 : 874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추석 선물은 전통주와 화장품 세트다.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 계층과 체코 원전 수주 유공자 등 각계 인사들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한다. 술 좋아하는 분이라 그런 게 아니라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특산물 소비를 촉진하려 도라지약주, 유자약주 등 각 지역의 전통주를 골랐다고 한다. 술과 거리가 먼 불교계 등을 위해서는 오미자청, 매실청 등으로 대체했다. 전국 곳곳의 자연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세트를 선물에 포함했는데 역시, ‘K-뷰티’의 저력이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시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아주 달랐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봉황 문양이 새겨진 인삼, 수삼을 보냈다. 보스 기질이 강했던 두 군인 출신 대통령은 명절 선물을 왕의 하사품처럼 만들었다. 자상하고 어진 왕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대통령이 내린 하사품을 받았던 사람들도 주로 당시 권력과 밀접한 군부나 주변인들이었다. 봉황 인삼을 받으면 측근이란 완장이요, 한통속의 징표였다. 선물은 바로 '대통령이 챙기는 사람'이란 의미였다. 물론 이들 군인 대통령이 '봉황 인삼'만 준 것은 아니다. 정치권 및 각계에 거액의 떡값 봉투를 별도로 하사했다고 한다.
지금 SK 그룹 이혼 재판에서도 드러났듯 천문학적 비자금의 노태우 대통령은 현금을 많이 준 것으로 정평이 났다. 100~200만 원을 의원들에게 보냈다는데 이른바 '태우 떡값'이었다. 사람 차별해서 떡값을 천만 원까지 줬다고. 제 돈 아니니 그렇게 쓸 수 있었던 모양인데 국민 돈으로 자기네만 잘 먹고 살던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이 특산품으로 바뀐 건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다. 이 시절 선물은 단연 'YS 멸치'. 대통령이 되기 전 명절만 되면 거제도에서 잡아 올린 멸치를 동료 정치인과 기자들에게 돌려 YS 멸치는 국회 주변에서 유명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멸치에서 지역 특산품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이 지금처럼 지역 안배를 고려한 지역 특산품 조합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지역감정 극복이 평생의 화두 가운데 하나였던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다. 애주가였던 노 대통령은 술을 빼놓지 않았는데 호남 복분자와 영남 한과를 하나로 묶은 국민 통합형 선물을 만들어 보내는 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국 도별로 빠짐없이 특산품을 한가지씩 품목에 담았는데, 본인이 독실한 크리스천이어서 술은 제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물 보내는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홍길동'으로 기재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선물이라는 것을 표시하지 않게 해서 이를 받는 것이 무슨 완장을 찬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였다고, 아버지랑 이런 점은 아주 달랐다. 

 

올 추석 윤대통령의 선물을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받지 않겠다고 '불통령의 선물이 보기 싫어 바로 반송시켰다'하는 인증 글을 올리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손 글씨를 바탕으로 카드에 "넉넉한 추석 명절입니다. 밝은 보름달과 함께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라고 적었다는데, 누구 탓인지, 마음이 넉넉한 추석이 아닌 걸로 보인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