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난민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4배 늘리고 난민 지위를 인정해 주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 6개월로 줄이는 등 이민 장벽을 한층 높였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15일 난민 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난민에 대한 의무적 지원 규정을 폐지하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라도 본국이 다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송환할 수 있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개편안에 따르면 망명 신청자들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2년 6개월마다 심사를 받아 연장하고 모두 8차례 자격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일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사람, 돈이 있는 사람, 범죄에 연루된 사람, 불법으로 일하는 사람 등에게는 호텔, 생활비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영국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난민은 10만 명인데 대부분이 정부가 제공하는 주거 공간에서 지내고 있으며, 망명 신청자의 약 10%가 일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한다.
샤바나 마흐무드 내무장관은 “이 개혁안은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이 나라에 불법 이민자로 오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흐무드 장관은 "범죄 조직이 망명 신청자들에게 무료 호텔과 음식 제공을 약속하며 영국행을 부추기고 있다. 현 제도는 영국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상당수 영국 시민보다 난민이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이번 난민 정책 개편은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덴마크의 정책을 따랐다. 덴마크에선 이민자가 급속히 증가하자 2015년부터 5~7년이던 난민의 임시 거주 기간을 2년으로 대폭 줄이고, 2년 후 다시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얻도록 했다. 난민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덴마크어에 능통해야 하고, 수년간 정규직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최근 1년간 영국의 망명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11만 1,08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망명 신청을 받고 있다.
노동당은 지난해 14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뒤론 이민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이민 정서를 업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에 쏠리는 지지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난민 사회에서는 이번 영국 정부의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난민 지원 단체 ‘레퓨지 카운슬’의 엔버 솔로몬 대표는 “영주권을 받기까지 20년을 기다리게 하는 정책은 난민을 억제하기보다 사람들을 수년, 수십 년 동안 불확실성과 극도의 불안 속에 방치하는 것”이라며 “누군가 난민으로 인정되면 그들이 공동체에 기여하고 보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한인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