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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그림자 전쟁 Shadow War

hherald 2024.04.15 16:26 조회 수 : 4898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두 나라는 한때 우정의 동맹(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독립 국가로 인정했다)이었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등을 돌리고(이슬람 혁명 후 새로운 지도자들은 미국을 '큰 사탄',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불렀다) 그동안 크고 작은 대리전을 통해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폭격으로 그동안 벌여왔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변할까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그림자 전쟁에서 그림자가 사라지면 그냥 전쟁이 되는 것이다.

 

그림자 전쟁 정규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적 전쟁이 아니라 증거를 남기지 않고 비밀스럽게 특정 국가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대리전 혹은 비밀 전쟁을 뜻하는데 '증거를 남기지 않고 비밀스럽게'라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 서로 누가 공격했는지 안다. 알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는 거다. 그림자 전쟁은 사이버 공격, 요인 암살, 외교관 테러, 무인기 공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그동안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에서처럼 핵을 이용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란 지도자들은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려는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이란에 핵시설이 버젓이 있고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란 핵 과학자들을 암살하고, 핵시설에 악성 컴퓨터 코드를 투입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마비시키거나 폭발시켰다. 그래서 이렇게 한 것이 모두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아니 이것이 그림자 전쟁이다. 물론 이스라엘은 이 모든 사건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북한과도 그림자전쟁을 벌여왔다. 이란과 시리아의 핵·미사일 개발 배후에 북한이 있고 이스라엘은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은밀한 첩보전을 펴왔다는 주장이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이 시리아 원자력위원장의 컴퓨터를 해킹하니 북한의 핵 과학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왔다. 북한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의 하나로 2004년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를 꼽는다. 이스라엘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인데 당시 사망자 중 핵 교류를 위해 북한을 찾은 시리아의 핵 과학자 10여 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전쟁은 유혈을 동반한 국가 간 싸움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쟁은 갈수록 음지에서 벌어지는 그림자 전쟁의 양상이 됐다. 많은 나라가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해 그림자 전쟁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림자 전쟁이 제아무리 진짜 전쟁이 아니라 하지만 전쟁은 전쟁인데 계속되면 서로 믿지 못하는 건 물론 증오가 커져 당연히 전면전으로 갈 위험이 있다. 

 

그림자가 사라지면 그림자 전쟁은 그냥 전쟁이 된다. 그래서 완전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우리에게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은 타산지석 他山之石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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