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전시 중인 오노 요코의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있어 영국에 사는 한인들이 함께 항의하자고 지난주 단상에서 얘기했다. 의식 있는 누군가의 제보로 알게 됐는데 지적처럼 변화는 무언가를 알게 되는 데서 시작한다고 본다. 욱일기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고 알게 되는 것이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 세계를 도탄에 빠지게 한 주역들이면서 무솔리니가 국제 정치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뜻으로 '추축국'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이 그들인데, 말하자면 '전범국'들이다. 이 삼국 전쟁범죄자들은 나름 저마다 상징을 갖고 있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Hakenkreuz, 이탈리아 파시즘의 파스케스 fasces, 일본 제국의 욱일기 旭日旗가 그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뒤 독일에서는 하켄크로이츠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다. 하켄크로이츠는 고대 게르만족의 문자에서 유래 했는데 아돌프 히틀러는 이를 아리아인의 상징으로 여겼고 처음에는 당기로, 정권을 잡은 뒤 독일 국기로 했다. 지금 유럽에서는 나치즘을 찬양하고 반민주적 사상을 전파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다. 나치와 히틀러가 워낙 민폐를 끼쳤기 때문에 하켄크로이츠를 보면 후유증이 생겼다고 할까. 이를 나치나 히틀러와 동일시해서 아예 금지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나치식으로 경례하는 것도 처벌한다. 특히 축구선수가 골 세레머니로 나치식 경례를 했다가는 축구 인생 끝나기 일쑤다.
그에 비하면 무솔리니의 전쟁 깃발, 파스케스는 좀 덜 구박 받는다. 파스케스란 나무 뭉치에 묶인 도끼 그림인데 유래는 로마 시대로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서도 사용되는 그림이다. 로마 집정관의 경호원이 사용하던 무기인데 결속을 뜻한다. 무솔리니가 히틀러만큼 활약하지 못해서인지, 파스케스의 기원이나 의미가 나름 있어서인지 이를 전범기로 보는 시각은 적다.
욱일기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군기였고 지금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군기다. 일본에서는 욱일기가 엄연히 군기인데 이를 배척하는 나라가 한국뿐이라고 불만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욱일기가 소비되는 형태를 보면 일본의 극우 세력이 줄기차게 들고 나온다. 이들 세력이 전쟁범죄자였던 그 시절을 오히려 그리워하며 들고 나오니 '욱일기=전범기'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욱일기는 사용하는 이들에 의해 배척되는 운명을 안고 있다. 제국주의 시절에 저지른 그들의 만행을 형식적으로 반성하는 척하지만 내심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술 더해 미화하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우리만이 아니라 욱일기에 대한 내용을 아는 세계인 모두가 싫어하는 게다.
욱일기에 대한 부정은 그들의 자업자득이다. 테이트 모던에서 욱일기를 내리자.
테이트 모든에 항의할 곳은 hello@tate.org.uk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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