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영국 한인사회의 따뜻하고 풍성한 설

hherald 2024.02.12 18:06 조회 수 : 4547

올 설에는 떡국이 풍성했다. 한인 단체들이 저마다 떡국 잔치를 한 덕에 영국 한인사회의 설이 명절다웠다. 우리가 이처럼 풍성한 설을 맞고 떡국 나눈 것이 언제였던가 아련하다. 나눌 줄 아는 한인사회의 올 설 풍경이 따뜻했다.

 

우리는 떡국과 나이를 함께 먹으면서 살았다. 설에 먹는 떡국을 '첨세병'이라고 하는데 풀이하면 '나이를 먹는 떡'이라는 뜻이다. 떡을 넣고 끓인 탕이니까 떡국을 '병탕'이라 불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지?"하고 물었다. 고전판 "민증 까"라고 할까. 

 

설날에 떡국을 먹기 시작한 건 알 수 없지만 오래됐다고 한다.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지만 복을 비는 마음에서 먹은 음식인 것은 맞다. 새해 차례에 반드시 올리는 음식이고 '세찬'이라고 새해에 세배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지난 설날 점심에 재영한인총연합회(회장 황승하)가 노인회(회장 김지호)를 방문해 함께 떡국 잔치를 했는데 그날 노인정에 들러 떡국을 먹은 젊은이들이 참 많았다. 말하자면 이 젊은이들은 어른께 인사하러 와서 '세찬'을 먹은 것이다. 

 

‘열양세시기’에 떡국을 ‘좋은 멥쌀을 빻아 채로 곱게 친 흰가루를 쪄서 안반에 놓고 자루달린 떡메로 쳐서 길게 만든 가래떡을 엽전 모양만 하게 썰어 육수물에 끓인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떡국은 가래떡으로 만든다. 길고 하얗다. 장수를 기원하며 밝게 보내자는 의미라고 한다. 가래떡을 잘게 자르면 동그란 엽전 모양과 비슷하다. 물질적 풍요를 기원한다. 흰쌀로 만들어진 떡국은 양의 기운을 의미한다는데 춥고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은 음의 기운이 강하므로 음기를 누르기 위해 양기가 가득 담긴 떡국을 먹었다고 유추한다. 떡국에 올라가는 고명으로 소고기와 꿩고기를 사용했는데 소는 비싸고 꿩은 구하기 힘들어서 닭으로 대체해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나왔다고 한다.

 

예로부터 설은 천지 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인 만큼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깨끗한 흰떡을 끓여 떡국을 먹었다고 한다. 지난 설날은 부지런히 다녔으면 이런 떡국을 서너 차례 먹을 수 있었다. 한인회 떡국, 노인회 떡국, 문예원 떡국, 탈북민협회 떡국, 이 떡국 저 떡국 많이 먹고 많이 청결해지고, 떡국 먹으며 그냥 나이 먹을 게 아니라 나잇값 하는 진짜 나이를 좀 먹고... 
지난 설 풍경이 따뜻했다. 우리 영국 한인사회의 인심이 이리 좋고 평화로운데 무엇이 문제일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24년 영국 한인사회의 설만 같아라' 하는 말도 나와야겠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82 테이트 모던에서 욱일기를 내리자 hherald 2024.03.25
581 테이트 모던의 욱일기, 모두 항의합시다 hherald 2024.03.18
580 노욕 老慾 hherald 2024.03.11
579 이주移住와 이주민, 그리고 능동적 이주자 hherald 2024.03.04
578 회색 gray 이혼, 황혼 黃昏 이혼 hherald 2024.02.26
577 뉴몰든의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hherald 2024.02.22
» 영국 한인사회의 따뜻하고 풍성한 설 hherald 2024.02.12
575 부자富者 될 관상觀相이 있다굽쇼? hherald 2024.02.05
574 재영한인사회의 집단지성 集團知性 hherald 2024.01.22
573 새해에는 푸른 '청靑'의 기운이 가득하길 hherald 2024.01.15
572 35대 재영한인총연합회의 수준은 어디까지? hherald 2024.01.08
571 코스트코에서 금괴 金塊를 판다 hherald 2023.12.18
570 노인회 어르신들의 캐럴송 선물 hherald 2023.12.11
569 한인회비는 한인회장 퇴직금이 아니다 hherald 2023.12.04
568 매표하는 삼류 선거, 부추기는 삼류 어른들 hherald 2023.11.20
567 찰스 국왕의 한인타운 방문, 들러리가 된 주인공들 hherald 2023.11.13
566 이한응 공사 순국지에 부착된 동판 hherald 2023.11.06
565 킹스턴의 김치의 날, 2023 김치 페스티발 hherald 2023.10.23
564 한인회 정관 1장 3조 '본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hherald 2023.10.16
563 그해 10월 26일, 웨스트민스터 제6호실 hherald 2023.10.0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