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몰든의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이번 주 토요일 2월 24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음력 1월 15일인 이날은 가장 큰 보름달을 보게 된다. 그냥 대보름이라고 해도 정월 대보름을 말한다. 새해 첫 보름달이다. 보름달은 소원을 비는 대상이다. 눈썹달인 초승달, 그믐달, 반달인 상현달, 하현달에 소원 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유래야 알 수 없지만 밤의 어둠이 공포로 느껴지던 고대에는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이 위안을 주는 참 고마운 존재였을 게다. 그래서 보름달을 보면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에는 달이 뜨기 전에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를 했다. 새해 아침에 해를 맞으러 가듯이 달맞이, 망월 望月을 한다. 먼저 봐야 일 년 재수가 좋다고 높은 곳에 서로 오른다. 런던에는 산이 없으니 고층아파트에 살면 보름달을 먼저 보려나.
우리는 공휴일이 아닌데 북한은 공휴일로 지정해 여러 민속놀이를 하면서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무렵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 국경일이 있어 정월대보름이 제대로 대접받는 명절은 아니다) 우리도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명절 인사치레는 했는데 요즘은 매우 약해졌다. 특히 이국 생활에서는 명절이 더 밋밋하다.
'부럼깨기' 정도는 괜찮을까. 정월 대보름 아침 일찍 일어나 구하기 쉬운 땅콩, 아몬드, 호두 등을 깨물며 일 년 내내 이가 튼튼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거다. (딱딱한 견과류의 껍질을 나이 수만큼 깨물어 깨기는 힘들지만) 호두나 땅콩 같은 견과류가 피부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영양이 있다는 걸 아는 조상들의 지혜다. 김치를 먹으면 몸이 간지러워지는 피부병이 생긴다고 대보름에는 어떤 종류의 김치도 먹지 않았다.
대보름의 하이라이트는 달집태우기. 3개의 막대기를 세워 꼭대기를 하나로 모으고 짚, 소나무 가지 등으로 만든 이엉을 감싼다. 안에 대나무를 넣어 탈 때 딱딱 소리가 나게 해서 보름날 달이 떠오를 때 불을 지른다. 활활 잘 타오르면 올해는 만사형통이다. 소방서에 신고해서 준비하면 뉴몰든 쥬빌리 스퀘어에 조그만 달집 정도는 하나 만들어서 태울 수 있을까?
유럽에도 '발푸르기스의 밤'이라고 장작불을 활활 태우면서 그 주변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전통 축제가 있다. 독일, 체코 등 중유럽 나라와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많이 한다. 이들 나라 출신 이민자 커뮤니티가 미국이나 호주에서 이 축제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우리도 뉴몰든 한인타운에서 알릴 수 있을까?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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