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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재영한인회와 정관

hherald 2025.09.15 17:44 조회 수 : 6

지난번 한인회장 선거 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들이 소위 '감사보고서'라는 걸 발표하며 선거관리위원회가 한인회 정관을 어겨서 선거가 잘못됐다는 희한한 주장을 한 바 있다. 그 주장 중 하나가 한인회 정관에는 '공탁금'이라고 되어있는데 선관위가 '기탁금'이라고 써서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건 거의 코미디 수준이었다.
공탁금이든 기탁금이든 그 표현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이유가 없거니와 사실 한인회 정관에 있는 공탁금이라는 말은 기탁금이라고 써야 할 걸 잘못 쓴 것이다. 공탁금(供託金)은 법률 용어로 법원에 돈이나 물건을 맡기는 행위 전반을 의미하고, 기탁금(寄託金)은 공탁의 한 종류로 선거에서 후보 등록 시 또는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는 돈을 말한다. 따라서 한인회 정관에 기탁금이라 써야 맞다. 무지한 까닭으로 공탁금이라 쓴 한인회 정관의 잘못된 표현을 선관위가 바로잡아 쓴 건데 이를 트집 잡아 선거 결과마저 부정하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그러면서 들이댄 근거가 바로 정관 定款. 정관에 따르지 않아 법을 어겼다는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개인 個人이 있고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사회 社會가 된다. 사람이 모여서 집단 集團이 되면 이를 작동하고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른바 '법 法'이다. 법이란 것이 국가 운영에만 필요하랴. 기업, 회사나 모임, 단체에도 필요하다. 당연히 재외 동포사회의 여러 단체에도 필요하다. 영국의 한인 커뮤니티에는 진정으로 봉사하겠다고 모였거나 서로의 이해관계로 모였거나 사회 내에 활동하는 크고 작은 여러 단체가 있다. 그리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그들 나름의 법이 있다. 정관이나 회칙 會則이다. 이렇듯 지켜야 할 약속을 만들어 두었다. 공동체든 모임이든 이를 기준으로 운영된다. 왜냐? 이것이 약속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 약속을 무시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싸움이 난다. 더욱이 단체의 새로운 장이 되면 제 입맛대로 이를 떡 주무르듯 바꾸기도 한다. 한인회 정관이 그렇다. 새롭게 한인회장이 됐다고 제 입맛대로 정관을 고쳐놓고 이를 한인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떳떳하다면 대외적으로 자랑해도 시원찮을 텐데 오히려 정관 공개를 쉬쉬한다. 
그들끼리 모여 법을 바꾸고 바뀐 법을 알리지 않고 법을 그들 집단 이해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집단이 되면 개인적 관계에서보다 이기주의가 더 심해진다.
고치고 고쳐 너덜너덜해진 정관을 들고 '이것이 우리 법이다' 한다. 이런 법으로 집단의 이익만 좇으니,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고 커뮤니티가 와해하고 분규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 재영한인회 정관은 그동안 일부 한인회장들이 입맛대로 고치고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 하나의 정관 안에 서로 상충하는 조항들도 있을 만큼 문제투성이다. 이 정관으로 선거하면 또 싸우게 된다. 이참에 재영한인회 정관을 제대로 개정해야 하는데, 그래야 다음 선거를 제대로 치르고, 또 다른 혼돈을 막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누군가 나서서 정관 개정을 이끈다 해도 이들을 인정할 자세가 보이지 않고 이를 규정할 법, 정관이 없다. 
끝이 없는 딜레마, 이것이 지난 선거 뒤 욕심을 좇던 그들이 만든 재영한인회의 잔혹하고 초라한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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