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인타운과 재영한인회
흔히 코리아타운이라 하면 LA와 뉴욕의 재미 한인촌, 도쿄와 오사카의 재일 한인촌을 떠올린다. 놀랍게도 이들 지역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곳이 영국 런던, 뉴몰든의 코리아타운이다. 유럽 최대의 한인타운으로 소개되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코리아타운을 방문했다,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선언한 첫 번째 장소이다, 2만 명이 넘는 한인이 거주하는 영국의 한인타운이다, 등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다양한 한국 음식, 문화, 그리고 따뜻한 한인 커뮤니티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도 소개한다.
'따뜻한 한인 커뮤니티'가 딱, 박힌다.
외교부에서 재외동포 단체 현황을 매년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는 분규 지역과 단체도 알렸다. 요즘은 발표하지 않는데 만약 외교부의 '2025년 재외동포 단체 현황'이 있다면 재영한인회는 분명히 분규 단체로 지정돼 있을 것이다. 재영한인회의 분규가 어디 한인사회의 분규인가. 사욕을 품은 몇 사람 갈등 당사자와 이들을 부추기는 주변 몇 사람이 만드는 이해관계의 갈등에 불과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그 하찮은 갈등이 영국에 사는 한인들의 재외동포 역할을 움츠리게 하고 마땅히 누릴 권익마저 막아버렸으니 답답한 심정이다.
재외동포청 사이트를 보면 전 세계 수많은 재외동포 단체가 모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도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단체 지원사업 수요조사를 했다. 재영한인사회에 속한 우리는 어떤 지원 요청을 했을까. 재영한인회는 아마도 지원을 요청할 자격조차 상실했을 것이다. 여파는 애꿎은 다른 한인 단체에까지 미친다.
뉴몰든은 재영한인들의 단순한 생존 공간만이 아니다. 교육, 종교, 상업, 문화, 정치, 예술 활동 등이 활발한 복합적 한인 공동체이다. 현지인과의 공존, 우리 정체성을 유지하는 자율, 세계 질서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춘 공동체라고 자부할 수준이 됐다.
그런데 한인사회와 한인회의 정체성을 모르는 이들이 대표를 자처하며 나서니 지금의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한인회가 한인들을 위한 봉사단체인지 한인들을 대표하는 대표단체인지 하는 정체성 말이다. 봉사하지 않는 대표로만 존재하려는 무리수가 비상식적이고 코미디 같은 지금의 자칭 대표들만 만들어 낸 것이다.
다행히 그 당사자들이 올해로 임기가 끝난다. 하긴 대표성이 없고 활동도 미미해 임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올해가 지나면 이들이 퇴진하고 지난한 분규 상태는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제발 그들이 한 번 더 하겠다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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