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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대서양 술 전쟁

hherald 2025.03.17 16:49 조회 수 : 1139

며칠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서양에서 술 전쟁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와인과 위스키가 전쟁의 최전선에 섰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동을 건 관세 전쟁의 전장에 프랑스 와인, 아일랜드 위스키, 미국 켄터키 버번위스키, 일본 맥주, 멕시코 데킬라가 끌려와 십자포화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전쟁.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극히 짧다. 늘 전쟁이 있었다. 1980년에 <제3의 물결>을 써 당시 한국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앨빈 토플러는 "1945년부터 1990년까지 2,340주 동안 지구촌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 3주일뿐"이라고 했다. 제2차대전이라는 큰 전쟁이 끝나고도 늘 전쟁이 있었다는 말이다. 하긴, 지금도 가자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
전쟁은 인류와 역사를 같이 했지만,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 전방위적이어서 역사를 바꿔 놓는 요인이 된다. 우리의 현재는 전쟁이 바꿔온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 오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서양의 술 전쟁. 술과 전쟁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이 전쟁의 결과가 한편으로 흥미롭다. 술은 전쟁에서 꼭 필요한 물자다. 군인들의 사기 진작, 부상자들의 치료 등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무엇보다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전쟁 상황에서 두려움을 없애는데  최고 약이다. 제1차대전 당시에 프랑스 군대는 매일 1리터의 와인을 보급했다. 독일군은 맥주, 러시아군은 보드카를 배급받았다. 제2차대전에는 술이 부족해 에틸알코올, 포도당액, 비타민을 혼합한 가짜 술을 만들어 보급할 정도였다.

현대에서도 전쟁에서 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나라마다 전쟁 시 원활한 술 보급을 위해 술을 전쟁 대비 관리대상 물자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술 회사는 전쟁에 대비해 평상시에 술을 일정량 비축해 두고 있다. 
우리나라 술 회사도 평상시 맥주와 소주를 비상 자원으로 보관하고 있다. 술 회사 직원이 전쟁 대비 훈련에 반드시 동원된다.

 

그런데 이번 대서양 술 전쟁에는 술이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전쟁 전투 요원으로 나섰다. 유럽연합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미국산 위스키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게 전쟁의 발단이다. 그러자 트럼프도 EU 국가에서 나온 모든 와인·샴페인·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반격했다.

 

술 업자들과 술 산업 관련 업자들의 등이 터지게 됐다. 미국과 유럽 양쪽 주류업계 모두 초비상이다. 그들은 이것이 트럼프의 위협인지 진짜 실행을 할지 떨고 있을 게다. 미국과 유럽 술 시장은 어차피 서로에게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상황에서 지금 같은 관세 보복과 또 다른 보복의 점철이 결코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을 걸로 보이는데...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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