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millionaire는 과거 '큰 부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었다. 18세기 초 처음 나왔을 때부터 미화 1백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을 지칭했다. 따라서 화폐 가치에 따라 지금은 13억 원 조금 넘는 재산이라 부자의 대명사로 쓰이기보다 그냥 관용적으로 부자라는 뜻으로 쓰인다. 백만장자의 1,000배인 십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자산의 억만장자 billionaire는 지금 진짜 부자다. 세계에 약 8,000명, 한국에도 40명 정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백만장자가 130만 명으로 세계 10번째로 많았다. 역시 미국이 2,383만 명으로 1위, 중국(632.7만), 프랑스(289.7만), 일본(273.2만), 독일(267.5만), 영국(262.4만) 순이었다. 전 세계 백만장자는 약 6천만 명인데 현재 약 82억 명 세계 인구 중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하루 1천 명씩 백만장자가 증가했다.
백만장자는 1719년 미국의 금융가 스티브 펜티먼이 만든 말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의 정치가 디즈레일리나 미국의 정치가 제퍼슨이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 그런데 백만장자라는 단어가 인기를 끈 것은 1880년 이후로 1900년 초에 정점을 찍었다. 이 시기는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 록펠러, 카네기 등 산업계 거물들의 출현으로 '하늘이 내린 큰 부자'라는 의미로 쓰였다. 한편으로는 보통 사람들이 꿈도 꿀 수 없는, 아니, 누구나 꿈꾸는 단어였다. 미국의 언론이 부자 명단을 처음 발표한 1892년, 미국 전역에 백만장자는 4,047명에 불과했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았다. 대만(75.9만), 홍콩(64.7만), 싱가포르(33.1만) 순이었다. 그런데 백만장자는 미국 달러 기준의 부자다. 우리나라 부자의 대명사는 천석꾼, 만석꾼. 나락으로 거둬들이는 소작료 수입이 1,000석쯤 되는 부자가 천석꾼으로 농지 30만평 가량 가진 사람이고, 만석꾼은 150만평 이상 농지가 있는 부자였다. 일제시대 1930년 기록에 당시 조선인 중 천석꾼은 757명, 만석꾼은 43명이었다.
올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 4천만 원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 4,894만 원이었다. 5억 정도 갖고 있으면 딱 중간이란 뜻이다. 전체 가구의 56.9%가 3억 원 미만을 갖고 있다.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10.9%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11억 7천만 원. 그렇다고 백만장자가 서울에 아파트 가진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부자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얼마가 있어야 부자인지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물론, 얼마가 있어야 행복한지도 사람마다 다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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