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하자"
배우 이병헌의 영화 속 대사인데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서 모히또는 마실 수 있지만 이제 담배는 피울 수 없게 된다. 몰디브 보건부는 11월 1일부터 2007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는 성인이 되더라도 몰디브에서는 모든 형태의 담배를 피우거나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몰디브에서 전자담배는 누구나 금지하고 전자담배를 한 번 물었다 하면 벌금 45만 원,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벌금 450만 원. 외국인도 몰디브에 들어오는 순간, 똑같이 적용한다. 비흡연 세대를 만들기 위한 법률을 시행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몰디브가 처음이다.
'비흡연 세대'를 규정한 이런 금연법이 우리에게는 왠지 기시감이 있는데 영국에서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는 담배를 살 수 없는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논의 중이란 말은 하원의 1, 2차 관문을 통과해 다음 심사 단계와 상원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영국에서는 2009년 출생자부터는 성인이 돼도 담배를 살 수 없다. 영국에서 2009년생은 'NO + 담배', ‘노담세대’가 될 전망이다.
영국에서 이 법을 추진하면서 뉴질랜드의 '미래세대 담배금지법'을 밴치마킹했는데 정작 뉴질랜드에서는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하던 금연 정책을 폐지하기로 해 뒷말이 많다. 사실 초강경 금연 정책의 원조는 뉴질랜드인데 2009년 이후 출생자는 평생 담배를 살 수 없게 하는 비흡연 세대법을 일찍부터 구상했고 이를 어기면 벌금 1억 2,000만 원, 아예 담배 판매점을 10분의 1로 줄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연 정책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흡연율 감소를 위한 더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념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라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변명으로 연정을 해야 했던 포퓰리즘 정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금연법을 폐기하기로 했다. 세금을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걱정도 하나의 이유였다. 국민 대다수가 금연법을 찬성하는데도 정권에 따라 폐지 수순을 강행했고, 결국 폐기했다.
뉴질랜드는 원주민 마오리족의 건강 불평등이 큰 사회문제라고 한다. 마오리족은 식민지가 된 후 담배를 처음 접했는데 현재 흡연율이 뉴질랜드 성인의 흡연율보다 3배나 높다. 뉴질랜드 의료 전문가들은 "법안 효과를 시험해본 결과 금연을 통해 마오리족을 매년 최대 5000명 살릴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법안 폐기가 뉴질랜드 국민은 물론 특히 원주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사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담배 관련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100원이라면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로 빠지는 돈은 400원이 넘는다. 세금 적게 걷힐지 걱정해서 국민 건강을 해치는 정책, 돈도 남지 않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몰디브의 2007년생과 영국의 2009년생은 출생 연도로 인해 담배를 피울까 말까 하는 고민도 없이 정책적 ‘노담세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담배를 피울까 말까 하는 자기 결정권과 끊을까 말까 하는 의지박약의 문제는 평생 사람을 ‘노담세대’의 언저리를 돌게 한다고 우리 주변의 흡연자들은 말한다. 현재 영국의 흡연 인구는 전체의 약 13%인 640만 명. ‘노담세대’의 언저리, 귀하는 어디에 속하시는지.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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