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는데 몇 년 전에 거의 소멸됐다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다. 소말리아 해적의 해상 태러는 우리에게 유명한 '아덴만 여명 작전'이 있었던 2011년에 정점을 찍자, 소말리아 정부가 해상 경비에 나서고, 각국 해운사들은 자체 무장을 하고, 다국적 해군의 국제 순찰도 강화하자 돈벌이가 안 돼 줄어들었다. 2022년에는 거의 소멸 상태. 해적이 없다 보니 다국적군을 축소하고, 소말리아도 내륙 치안에 치중하고, 무엇보다 가자 전쟁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난동을 부려 관심밖에 놓이니 지난해부터 소말리아의 앞바다, 아덴만에서는 못된 버릇이 다시 스멀스멀 나오더니 최근 부쩍 잦아졌다는 소식이다.
우리에게 소말리아 해적은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 주얼리 호를 구출하러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보여준 해상 작전. 석해균 선장이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맬 때 이국종 교수팀이 현지로 급파됐고 전문 의료 장비를 갖춘 비행기인 '에어 앰뷸런스'를 비용 때문에 부를까 말까 하니 이 교수가 "비용은 내가 낼 테니 지금 당장" 이라고 소리쳤다는 일화가 한동안 회자했다.
당시 청해부대는 해적 13명 중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생포된 5명은 한국에서 12년~무기징역 형을 받아 갇혔고, 형을 마친 4명은 출소 후 강제 퇴거했다. 해적들은 한국의 수감 생활이 소말리아의 평범한 사회생활보다 훨씬 편하고 풍족하다며 "차라리 가족들을 모두 교도소에 데려와서 살고 싶다"라고 했다.
사실 소말리아 해적의 기원은 소말리아 어부들이 자기들의 바다에 들어와 불법으로 고기를 싹쓸이하는 다른 나라 어선을 내쫓으려고 하다가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소말리아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고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1.6%에 불과하다. 수십 년째 내전 상태라 제조업과 같은 산업이 작동하질 않는다. 어업이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하루에 잘해야 2~3달러 번다.
그런데 정부가 무능하니 바다도 무정부상태인지라 중국 등 다른 나라 원양어선이 소말리아 앞바다를 멋대로 드나들면서 불법 조업을 했다. 대한민국 원양어선들도 마찬가지. 소말리아 어민들이 잡을 고기를 그들이 싹쓸이했다. 게다가 서구와 아랍 국가에서는 소말리아의 부패한 군부에 돈을 찔러주고 자국의 각종 산업폐기물을 소말리아 앞바다에 버렸다. 핵폐기물까지 버렸다. 바다는 오염됐고, 어자원은 씨가 말랐다.
그래서 분노한 어민들이 외국 선박을 쫓아내려고 위협했고, 불법 어업에 대한 보상금 정도를 받으려 했는데 보상금 규모가 커지자, 어부들이 해적을 겸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본디 어부였던 소말리아 해적들은 해적질과 어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어부와 해적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과연 해적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들 한다.
물론 '배고픔에서 시작한 모든 범죄를 동정할 수는 없다'. 옳다. 당연한 말이지만 산업형, 테러형 해적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생계를 압박받는 어민이었던 이들의 범죄를 소탕한다고 과연 해결될까? 먹고 살도록 해주는 민생 대책을 우선 마련해 아예 예방하는 것이 해결책 아닐까? 알고도 않으니 아덴만은 여전히 슬픈 바다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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