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 쿠데타를 자행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불법계엄을 통치행위라 궤변하고 도무지 반성하지 않자 국민의힘 일부 의원마저 등을 돌렸다. 영국 언론도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탄핵을 반대해 주길 바랐지만, 윤 대통령의 격앙된 발언에 자기편 내부에서 반응이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이번 탄핵은 민심의 요구에 국회가 응답하면서 강건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입증한 것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단어, 탄핵 彈劾. 글자 彈 탄은 '까발리다', ‘비난하다’라는 의미, 劾 핵은 '심하게 캐묻다', ‘검사하다’는 뜻이다. 서양에서 impeachment라는 말을 먼저 만들었고 동양에서 이를 탄핵이라 옮겼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잘못의 실상을 논하여 책망함'인데 일반 법률 조항으로는 소추가 어려운 대통령 등 특정 고위직 공무원의 잘못을 시정코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용어다.
대학교수들은 윤석열이 탄핵당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 跳梁跋扈를 선정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높은 곳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함부로 짓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날뛰는 모습을 뜻한다. 사자성어 추천자는 "최악의 사례가 12월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 했다. 또 다른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인데,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만 권력을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 잘 대변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재준 수원시장이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도량화국(跳梁禍國)'이라 했다.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함부로 날뛴다'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권력을 남용하다 나라 전체에 화를 불러왔다'는 뜻의 '도량화국'으로 불러야 옳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분노한 국민의 촛불이 타오르던 2016년, 올해의 사자성어가 ‘군주민수 君舟民水였다. 백성을 물에 비유코자 물 수 水 자를 쓴 고사성어인데 '임금은 배와 같고 또 백성은 물과 같아서 물이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거꾸로 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강물(백성)이 화가 나서 배(임금)를 뒤집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에 이 사자성어가 다시 유행했는데 그는 들을 귀도 볼 눈도 없었다. 물이 찰랑찰랑하며 경고를 하다가 결국 넘치고 배가 뒤집히는 상황이 돼도 오히려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거짓 내용의 자승자박 自繩自縛 대국민 담화만 나열하다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았다.
헌법학계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쟁점이 간단하고, 위헌·위법 여부가 해석의 여지 없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래서 심리가 길지 않을 걸로 본다. 간단하다. 그의 혐의는 '내란수괴죄'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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