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인촌, 뉴몰든의 상징물이라면 파운틴 라운드어바웃을 떠올린다. 그 앞에 있던, 지금은 사라진 파운틴펍은 한인들의 축제가 열리던 안방 운동장이었다. 분수가 있던 이 둥근 교차로, 파운틴 라운드어바웃에 일본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운다는 소식이 최근에 한인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한인촌에 일본 조형물이라니, 하는 걱정과 우려가 터져 나왔다.
더욱이 이 조형물의 모양이 일본 신사 입구에 세우는 도리이(鳥居)와 비슷한 것이라고 알려져 아예 이곳에 '일본 신사 상징물'이 세워진다는 소문으로 비약했다. 걱정과 우려 또한 탄식과 분노 수준으로 비약했다.
파운틴 라운드어바웃은 1894년 처음 분수대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파운틴'이라 불렀다. 1982년 분수대를 없애고 잔디밭과 화단으로 바꿨다. 뉴몰든에 인구가 많아지고 교통량도 넘치자 로타리 형태가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고 카운슬에서 여러 차례 철거하려 시도했지만 역사적 의미에 더해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번번히 무산됐다. 라운드어바웃 한가운데에는 2년 전 폭풍우에 손상된 분수 기둥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서 있다.
지난해 킹스턴 카운슬은 'A Gateway to New Malden'이라는 이름으로 파운틴 라운드어바웃 일대를 재단장하는 디자인공모전을 열었다. 1차 합격 6팀을 뽑아 그들의 출품작 전시회를 하고 Hayatsu Architects라는 디자인팀의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이름에서 보듯 일본인 중심으로 모인 팀이다. 이들은 친환경적으로 녹지를 재창조하고 뉴몰든의 문화유산을 살리는 안을 냈다고 호평을 받았다.
예전에 뉴몰든은 벽돌 제조로 유명했다고 한다. 라운드어바웃 바로 옆은 점토 채취장이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되살리는 상징물을 기획했는데 기존에 있는 분수 기둥을 살리고 같은 높이의 벽돌 기둥을 세워 둘을 연결하는 가로 기둥을 위에 놓으니 당연히 일본 신사 입구에 세우는 '도리이'의 모습이 된 것이다. 안을 낸 측에서도 '도리이'에서 영감받았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지난해 뉴몰든의 한인사회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는 식물상태에 있었던 거다. 킹스톤 시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해 다 결정된 일을 두고 뒤늦게 '이럴 수가' 하며 뒷북을 친 거다. 그렇게 한인들이 속을 끓이는 중에 다행히 킹스톤 시의회는 이 조형물을 건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킹스톤 부시장인 박옥진 의원이 "킹스톤 시의회는 일본 상징물을 뉴몰든에 세울 의사가 없음을 시의회 의장을 통해, 지역 시의원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알렸다. 속 시원한 답이었다.
이참에 황승하 한인회장을 비롯한 한인회원들과 원로분들이 한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뉴몰든에 설치하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수를 보낸다. 뉴몰든의 일본 상징 조형물 설치 소동을 보며 얼굴 내미는 부류나 잇속 차리는 부류들만 아직 차고 넘치는구나 실망했던 차에 이참에, 제대로 일 한번 하라고 응원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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