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쫓기고 쫓겨 산으로 도망간 25살의 엄마와 두 살배기 딸은 결국 토벌대의 총에 숨졌다. 나중에 눈더미 속에서 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엄마 변병생은 자기 저고리를 벗어 딸을 감싸고 있었다... 제주 4·3평화공원에 설치된 조형물 ‘비설(飛雪)’이다. "눈 쌓인 겨울에 아무런 이유없이 죽어간 두 생명이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눈(비설)을 닮았다."고 했다.
제주 4.3평화공원 앞 설치작품 '변병생 모녀상'이 영국에 전시된다.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는 4.3 기록물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제주4.3국제특별전 및 심포지엄 '제주4.3기록물 -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JEJU 4·3 ARCHIVES on Truth and Reconciliation)'이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영국 런던 'Brunswick Art Gallery'에서 열린다. 4.3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판넬, 영상, 사진, 기록물 복제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한다. 앞에 나온 봉개동 주민 변방생 모녀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을 선보여 외국인에게 4.3에 대해 시각적으로 알리고, 동백나무 모양의 메시지 벽을 설치해 참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4.3 관련 영상을 제작해 현지인들의 공감을 끌어낼 계획이다.
10월 16일 영국 심포지엄에서는 임소진 영국 센트럴 랭커셔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오웬 밀러(Owen Miller) SOAS대 교수, 권헌익 캠브리지대 교수, 김종민 이사장, 박명림 교수, 유철인 교수 등이 영국의 갈등해결 사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제주 4·3을 외국에 알리고 글로벌 연대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활동은 영국에서 시작된 바 있고 인연이 있다. 2021년 4월 재영한인박사연구자협회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함께 제주 4·3을 영국에 알리고 글로벌 공동체 연대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국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세미나에서 이번에 영국을 방문하는 김종민 이사장이 4·3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다루는 강연을 진행했으며 강춘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과 양성주 유족회 사무처장이 유족 증언을 했다. 당시 4·3과 세월호, 영국 힐즈버러 스타디움 참사와 관련해 트라우마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국가권력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편, 제주4.3국제특별전 및 심포지엄은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도 개최한다.
한인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