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숨지는 환자가 한주 평균 268명, 연간 1만 3,919명으로 드러나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강력한 공공의료 개혁을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10년 장기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계획은 내년 봄에 발표될 전망이다.
스타머 총리의 의료 개혁 공언은 응급실에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가 한 해 1만 4,000명에 달하는 등 공공의료 위기가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전직 보건부 부장관인 아라 다지 상원의원이 주축이 돼 작성했는데 설립된 지 76년인 NHS를 '위태로운 상태'로 진단했다. NHS 만족도는 2010년 70%였다가 지난해 24%로 떨어졌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래 최저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급 환자의 10%는 진료를 받기 전에 12시간 이상 기다렸고 18주 이내에 받아야 할 병원 진료를 1년 넘게 기다린 사람 수는 2010년 2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15배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 4월 응급의학저널(EMJ)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8∼12시간 대기한 환자 72명당 1명이 피할 수도 있었을 사망에 이르렀다. 대기 시간이 5시간을 넘으면 사망 위험이 커졌다.
NHS는 응급실 대기자의 76%를 4시간 이내에 입원, 전원, 퇴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수치는 71%에 불과하다. 응급의료협회 에이드리언 보일 회장은 "지나친 대기 시간은 환자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잉글랜드 주요 병원 응급실에서 12시간 이상 대기한 150만여 명 가운데 약 65%인 100만여 명이 입원이 결정돼 병상을 기다리는 환자였다.
보고서는 2010년대 정부의 재정 긴축, 자본투자 부족, 코로나19 사태 등을 병원 효율성 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2010년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자본투자가 370억 파운드 부족한 탓에 허물어지는 건물에 환자들을 수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처럼 공공의료가 무너지자, 국민건강도 함께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해 초 기준 영국에서 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280만 명이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암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헤럴드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