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국가 기념일이다. 올해가 제2회.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이 협의해서 7월 14일로 정했는데 1997년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날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법이 제정된 1월 13일,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김일성의 존재로 분단의 비극이 시작되었다는 의미),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소련군이 평양에 진주하며 분단이 시작된 8월 26일 등 다른 날짜도 많았지만, 낯선 타지에서 힘든 적응을 이어가던 북한이탈주민에게 체계적인 지원과 법의 보호를 약속한 큰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해서 7월 14일로 정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의는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영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이 정의가 좀 생소하다.
지난해 9월 말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3만 4,259명이다. 물론 이들이 다 한국에 사는 게 아니다. 사망한 사람과 한국에 살다가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도 많다.
정부 기록에 따르면 탈북민 1호는 1948년 9월 15일 입국한 김정수 씨라고 한다. 1925년 3월 10일 생으로 1986년 7월 8일 61세로 사망했다. 그는 남포에 살다가 23세에 체제 불만으로 월남했다. 해방 이후에 많은 사람이 월남했는데 김 씨를 탈북민 1호라고 한 것은 1948년 8월 15일 남쪽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9월 9일엔 북한 정부가 출범했기에 1948년 9월에 넘어온 월남자부터 탈북으로 인정한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2000년대 이후 많이 증가했다. 2003~2011년에 정점을 찍어 연간 3,000명 수준까지 이르렀다. 2012년 이후 감소해 2021년에는 63명, 2022년에는 67명, 2023년에는 196명이었다. 2020년대 북한이탈주민들의 대다수는 러시아 해외 노동자, 북한 외교관과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2023년 입국 탈북민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엘리트층이며, 코로나 기간 북한으로 귀국할 수 없어 외국에 남아있다가 코로나가 끝나고 귀국이 결정되자 부담을 느껴 탈북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 여성이 월등히 많아 2023년 현재 72%가 여성이다. 함경북도 출신이 2만 명,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른다는 양강도 출신이 6천 명이나 된다.
우리가 사는 영국에는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을 중심으로 한때 1,000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산다고들 했다. 좀 부풀려진 수로 보이나 어쨌든 해외의 북한이탈주민 사회로서는 대표 격이다. 지금 이들은 재영한인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일원이 됐다. 이곳에서의 관계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한국의 탈북민 사회는 5,000만 가운데 3만으로 소수 사회다. 소수 사회는 늘 힘들다. 영국의 한인들도 소수 사회다. 영국의 북한이탈주민은 더 소수다. 영국에서 우리는 같은 소수 사회다. 올해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주제가 "다름이 하나 되어 함께 만드는 미래"였다. 우리가 여기서 서로 이해하며 함께 만드는 거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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