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린란드가 뜨겁다. 수천 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인 차가운 섬, 그린란드가 뜨거운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대통령 임기 때인 2019년에 그린란드섬을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농담이라 생각했는데 집착은 여전하다.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군사적 조치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린란드 Greenland. 북극해에 있는 덴마크령의 섬으로 이름처럼 푸릇푸릇한 땅이 아니다. 국토의 84%가 얼음으로 덮였고, 나머지는 돌뿐인 황무지. 초원은 해안가 끄트머리에 국토의 1% 정도다. 그런데 왜 그린란드인가. 아마도 초기 정착자인 바이킹들이 다른 이주자들을 끌어들이려 풍요로운 땅처럼 보이려고 '그린'을 붙였다고 본다. 살만한 땅, 아이슬란드 Iceland와 반대다. 온화한 지역인데 일부러 사람들이 몰리지 않게 하려고 얼음투성이 이름을 붙였다는 설처럼.
그린란드는 위치상 북아메리카에 속하지만, 정치·역사적으로는 북유럽에 속한다. 30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다가 1953년 공식 편입됐다. 그러나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치권을 행사하는 거의 독립국 수준이며 언제든 국민 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상태다.
남북한을 합한 면적의 10배 가까이 넓은 땅에 5만6,000명 정도가 사는데 굳이 비교하면 남한 땅에 2,600명이 산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도시와 도시가 내륙으로 갈 수 없는 춥고 척박한 환경이다. 거주자는 유럽계가 아니라 에스키모로도 불리는 이누이트족 원주민이다.
이누이트족의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세드나는 개와 결혼해 여러 아이를 낳았는데 개로 태어난 아이들은 유럽인의 조상이 되었고 사람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여러 대륙으로 가서 그곳 인간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신화에서도 자신들이 유럽인과 다르다고 하는 이누이트의 생김새는 흡사 우리 동양인을 닮았다. 덴마크 영토이지만 유럽과는 언어도, 문화도, 인종도 달라 독립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그린란드 총리는 "우리는 덴마크인도 미국인도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독립이나 미국 편입을 방해할 시 덴마크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린란드 주민들에게는 '잘 대해주겠다'는 구애의 글을 올리고 자신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본뜬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Make Greenland Great Again)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전용기에 큰아들 도널드 주니어를 태워 그린란드로 보냈다.
각설하고, 미국이 그린란드를 원하는 것은 금, 다이아몬드, 석유, 가스, 우라늄, 희토류 등등... 막대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공간을 넓히고 싶어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욕심이 그린란드뿐 아니라 국제질서를 흔들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걸로 훤히 보이기 시작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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