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조력 사망 합법화가 무산됐다. 지난해 6월 하원에서 가결했지만, 상원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조력 사망 법안은 말기 질환으로 6개월을 못 넘길 성인 환자가 의사의 도움으로 죽음을 맞는 내용이다. 하원을 통과할 때도 찬성 314표, 반대 291표였듯이 여전히 찬반 대립이 첨예한데 찬성하는 측에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안을 막았다고 반민주적이라 반발한다.
조력 사망이나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죽음의 법제화라 한다. 고통을 겪는 환자가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인간다운 마무리와 윤리적 우려가 상존해 찬반의 뜻이 갈린다. 우리 이웃 유럽 국가들의 죽음의 법제화 내역을 보면 네덜란드가 2002년에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했고, 벨기에는 미성년자 안락사도 가능하다. 프랑스는 조력 사망이 합법이고 우리나라 여러 사람도 찾았던 스위스는 외국인 조력 사망을 허용한다.
조력 사망(Physician-Assisted Suicide)과 안락사(Euthanasia)는 차이가 있는데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고 환자가 투여하는 것이 조력 사망이고,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한다. 이같은 죽음의 법제화가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의술의 발달이다. 치료가 불가능한데 기계적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는 있도록 의학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삶의 연장, 아니 고통스러운 삶의 연장보다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죽음의 법제화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번에 무산된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조력 사망이든 안락사든 모두 불법이다. 우리나라는 소극적 안락사라고 부르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만 가능하다. 한국은 '조력 존엄사법'이라고 2022년부터 국회 논의 중인데 국민 82%가 이 법의 합법화에 찬성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하는 의견이 거세다. 특히 한국 사회에 문제가 되는 자살률이 오를까 걱정하는 부분도 있다.
웰다잉 Well-Dying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주요 국가의 '죽음의 질' 지수를 보면 영국이 7.9로 세계 1위로 훌륭하고 한국은 3.7로 32위 수준이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다 가는 수치다.
법적 제도의 정착보다 윤리적인 고민과 우려가 우선해야 잘 사는 삶과 잘 죽는 죽음이 있는 좋은 사회가 된다. 그래서 웰다잉은 "단순히 잘 죽는 것을 넘어, 남은 생을 의미 있게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작별을 준비하는 웰리빙 Well-living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말은 곱씹을 이유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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