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현대판 로빈 후드를 자처하며 마트에서 물건을 훔쳐 나눠주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골목의 로빈들'이라는 단체의 활동가들이 로빈 후드 스타일의 깃털 모자를 쓰고 매장에 들어가 물건값을 치르지 않고 식료품을 가져가 '공동 냉장고'에 기부했다. 식료품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라지만 엄연히 범죄다.
현대판 로빈 후드를 자처하는 이들은 식료품을 훔쳐 나눠주는 것이 식품 인플레이션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캐나다의 식료품 가격은 물가상승률의 두 배 이상 올라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설명처럼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라는 건 아니다.
로빈 후드는 영국 전설 속 활 솜씨가 좋은 의적이다. 중세 영국의 법원 기록에 로빈 후드를 자처하는 도둑이 활동했다거나 잡혔다는 기록이 여럿 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하면 산적 두목들이 많이 쓰던 가명이거나 어떤 시기에 로빈 후드라는 유명한 도적이 실제 있었는데 이를 따라하는 아류 도둑들이 유행처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로빈 후드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226년으로 역시 재판 기록에 나온다.
활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를 화살 위에 화살을 쏴서 쪼개버릴 정도로 묘사한다. 양궁에서도 화살이 화살 뒤를 때리면 '도킹'이라 한다. 그렇게 부서진 화살이 '로빈애로우 Robin Arrow'. 태릉선수촌 양궁장에 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로빈애로우를 연출해 이를 영원히 기념하려 IOC에 화살들을 기증했다.
로빈 후드가 우리의 홍길동처럼 좋은 사람의 이미지인데 초기 버전을 보면 의적이아니라 잔인한 노상강도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점차 잉글랜드의 셔우드 숲을 근거지로 포악한 관리, 욕심 많은 귀족의 재산을 빼앗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적으로 변모한다. 이 변화에는 영국에 원래 살고 있던 앵글로색슨계와 정복자인 노르만족과 귀족의 대립과 갈등이 녹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긍정의 이미지를 씌우고 나니 로빈후드세 Robin Hood tax라는 말도 나온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기업 또는 개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탐욕스러운 귀족, 성직자, 관리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 로빈 후드처럼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부과하여 빈민들을 지원하는 데 쓰는 세금을 ‘로빈후드세’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나왔다. 2001년 런던에 본부를 둔 빈민구호 시민단체인 워온원트(War on Want)가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로빈후드세를 제안한 것이 시초다.
2011년에는 53개국 경제학자 1,000여 명이 ‘로빈후드세’로 불리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G20 재무장관들에게 촉구한 바 있다. 금융 투기 규제와 빈곤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이 계획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학자들이 두루 서명했다. 로빈후드세가 빈국 원조에 획기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빈 후드가 전설이었든, 실제였든 간에 정체가 가난한 이를 돕는다는 건 맞나 보다.캐나다 로빈 후드들의 절도로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다지만 그래도 그 방법은 분명 문제로 지적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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