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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짝퉁 한식당

hherald 2026.03.23 17:40 조회 수 : 10

영국에 부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관련 문화, 제품들이 인기를 끈다. 인기 있는 것에는 짝퉁이 따른다. 가짜 한식당, 국적 불명의 한식 메뉴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최근 '다시' 일고 있다. 다시, 라는 말은 영국에서 요식업을 하는 한인들 사이에는 몇 년 주기로 이런 논의가 항상 있었고 재영요식업협회가 왕성한 활동을 했던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시작된 지적이 다시 나왔다는 뜻이다. 영국에 한식당이 100곳도 되지 않았던 시절에도 하던 얘기인데 지금 한식당 간판을 건 곳이 협회 추산으로 어림잡아 200곳은 넘는다는데 K-컬처 열풍에 기댄 짝퉁 한식당의 등장을 이제 막을 방법이 있을까. 

 

러시아에서 기차 안에는 '도시락라면'이라는 상표의 컵라면을 먹는 현지인들이 많은데 흔히 컵라면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다고 한다. 한국인과 눈이 마주치면 '너희 라면 맛있다'라는 칭찬의 표시로 엄지까지 척 세우는데 '그렇게 하면 짝퉁 컵라면이야'라고 해야 할까.

 

짝퉁 한식당은 뭐가 문제일까? 식초를 넣은 김치, 매운 소불고기 같은 퓨전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일까. 그런데 불과 1년 전 프랑스 파리의 짝퉁 한식당 문제를 다룬 한국 공영방송에서도 중국인 자본으로 운영되는 한식당에서 치즈 닭갈비 같은 메뉴를 판다며 '한식을 표방하면서도 그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치즈 닭갈비? 2026년에 듣는 한국식당 메뉴로 생소하지 않은데?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 traditional이 아니면 모두 한국음식(정통파 음식 authentic)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LA갈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LA갈비는 LA한인타운에서 처음 만들었다. 우리나라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갖고 처음 우리나라 땅에서 만든 음식이 아니라서 LA갈비를 한국음식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LA갈비는 전통음식traditional은 아니지만 분명히 한국음식 authentic이다.

 

언뜻 떠오르는 지금 대표 한식이라 불리는 음식 중 많은 경우가 전쟁 중에 들어온 서양 문물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많지 않은가. 그렇게 보면 한식에 마요네즈나 데리야키소스를 넣었다고 한국 전통의 맛과는 거리가 먼 국적 불명의 퓨전 음식, 짝퉁 한식이라며 나무라기 보다는 우리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너그럽게 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 식당 인증제 같은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는데 한때 일본이 해외 일식당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다가 유럽과 미국에서 문화 국수주의라고 된통 욕만 먹고 철회한 타산지석이 있다.                           

 

영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브랜드에 필요한 전략은 현지화된 맛과 서비스다. 짝퉁도 살아보려는 전략을 짜는 판에 여러분은 짝퉁 한식당 따위를 고민하지 말고 한식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현지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는 전략을 고민하셔야 한다는 제안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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