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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사라지는 운동회의 추억

hherald 2026.05.18 17:12 조회 수 : 15

귀하의 운동회 기억은 무엇입니까?

국민학교를 졸업했든, 초등학교를 졸업했든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 운동회를 하던 시절의 운동회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마을 잔치였다. 그런데 요즘은 전교생이 모이는 운동회가 힘들다고 한다. 초등학교 주변 아파트 주민이나 학부모 민원 때문에 운동회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쩌다 운동회가 열리는 곳에서는 운동회 때문에 시끄럽다는 소음 관련 112 신고로 운동회 도중에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그래서 운동장이 아닌 강당에서 열리는 실내 운동회로 대체한다고. 그야말로 고요한 운동회다. 김밥 도시락과 돗자리가 필수였던 동네잔치 분위기의 운동회를 해온 입장에서는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운동회와 같은 스포츠 행사는 영국에서 맨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의 스포츠데이 Sports Day는 종목이 한정되고 자유롭게 참가하는 것이라 전원이 참가하는 한국의 운동회와 좀 다르다. 운동회에 빠지면 결석 처리한다. 대한민국에서 열린 최초의 운동회는 영어 학교 교사 허치슨의 주도로 1896년 5월 2일 동소문 밖 삼선평(지금의 삼선교)으로 소풍을 간 학생들이 야외에서 운동회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경기를 하고 공연을 하는 운동회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방식을 따랐다. 그리 보면 운동회 어원도 일본어 運動会에서 나왔다.

 

대결 구도를 청군·백군으로 나누는 것은 우리식이다. 오방색 五方色을 보면 나오듯 동쪽이 청색, 서쪽이 흰색이니까 청룡과 백호의 대결이다. 일본은 홍백전 문화다. 청군·백군, 이렇게 나눠 놓으면 승부욕이 올라간다.
운동장에 만국기를 거는 것은 유럽 엑스포를 흉내 낸 건데 이것도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인 1851년 런던 엑스포에서 참가국들의 국기를 줄에 매달아 장식했던 것에서 유래됐다. 만국기는 세계 평화와 국제적인 교류를 상징했는데 제국주의 일본은 만국기를 걸면서 '천황의 덕이 세계만방에 퍼지기를 기원한다'는 군국주의다운 의미로 변질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따위 의미로 만국기를 거는 일은 없다.

 

대한민국 교육부가 말하는 체육대회의 목적은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친구 간에 협동심과 단결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힘들고 어려움에 대한 끈기, 인내심을 키우는 축제 행사라고 한다. 학생들이 운동회를 통해 협동과 배려의 가치를 경험하면서 공동체 의식, 성취감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에 있는 학교는 땅값이 비싸서 넓은 운동장을 갖기 어려워 전교생이 모두 모여 즐겁게 뛰어논다는 의미가 무색하다. 일 년에 하루 운동회를 하면서 주변 이웃에 참가를 권유하기는커녕 '오늘 좀 시끄러운 텐데 한 번만 봐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운동회를 하는 형편이라고.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는 운동회.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헌법에도 명시했지만, 운동회의 소음 정도야 참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 헌법보다 더 우선해야 할 우리들의 도리 아닐까?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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