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더워도 너무 덥다 보니 여름 휴양지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각광받는 뜨거운 해변이 아닌 냉대기후의 국가나 상대적으로 추운 지역으로 떠나는 쿨케이션이 유행이다. 쿨케이션은 ‘cool’(시원한)과 ‘vacation’(휴가)을 합친 신조어로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장소만이 아니라 시기도 사람이 몰리는 성수기 여름을 피해 비수기에 여행을 가는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뜨거운 여름에 딱 맞는 쿨케이션 여행지 중 대표적인 곳이 북유럽 국가들일 것이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아이슬란드, 핀란드 같은 시원한 여름으로 유명한 나라들.
그런데 시원할 것 같은 이들 나라들도 올해 이례적인 폭염에 같이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 북극권과 핀란드에서 30도를 웃도는 기온이 심심찮게 나온다. 북유럽의 이런 고온 지속 현상은 최근 100년 동안 없었던 바다.
고온에 취약한 순록마저 죽어가고 있다는데 사람도 힘들다. 이런 북유럽 국가에는 냉방시설이 제대로 없어 폭염 환자로 병원 응급실이 만원을 이룬다고. 시원한 곳을 찾아 사람들이 스케이트장 몰리고 시원한 휴양지를 찾아 스칸디나비아 북부로 향하는 관광객들에게 스웨덴 라디오는 폭염에 주의하라는 안내 방송을 한다. 선호하던 휴가지가 폭염에 시달리니 목적지를 어디로 바꿀지 답이 없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 더위를 피하고자 산이나 계곡, 서늘한 곳으로 이동했다. 최근 선조들의 쿨케이션이라고 할 전통적인 여름 피서 방식이 되살아난다. 무더위가 동서양을 가릴 리 없듯 이런 피서 문화가 동서양 모두에 불고 있다. 자신들의 선조들이 살았던 옛 가옥에서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전통 음식을 먹으며 자신들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정약용은 '소서팔사'라는 시로 여덟 가지 피서법을 소개했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 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 지금에야 따라 하기 쉽지 않지만 일단 모든 피서법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것.
정조 임금은 “더위를 피해 더 서늘한 곳을 찾으면 그곳에서도 결국 견디지 못한다. 만족할 데가 없다. 지금 이장소에 자족하면 여기가 제일 서늘한 곳이다."라며 "더위를 물리치는데는 책 읽기가 최고다. 책을 읽으면 몸이 치우치지 않고 마음의 중심이 선다. 그래서 바깥 기운(더위)이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시원한 도서관이 훌륭한 쿨케이션이란 뜻이셨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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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케이션 cool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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