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1>
“여보~ 난 당신 백 킬로 넘어가면 같이 안 살 거야 그 날로 끝인 줄 알아요”
내 체중이 96Kg을 넘었을 때의 이야기다.
대학 다닐 때 겨우 65Kg나가던 삐쩍 마른 나를 좋아했던 아내였으니 100kg이 넘어가면 안 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도 했다. 그나마 내 키가 180cm에 뼈대까지 굵은 집안(?)이라 어느 누구도 내 체중을 96Kg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와 갈라설 생각이라면 모를까 살을 빼지 않고 버틸 재간은 없었다. 나의 첫 번째 다이어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친구목사와 매일 아침 테니스를 치며 겨우 겨우 식사량을 줄였더니 6개월 만에 88Kg이 되었다. 8자까지는 봐주겠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날로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그렇지만 사실, 겨우 한 달에 1Kg 남짓 감량했던 다이어트랄 것도 없는 다이어트였다. 그 후로 90Kg을 넘기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체중 96Kg...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벌써 8년 전의 이야기다.
<다이어트 2>
두 번째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또 다시 아내가 뭔 소리를 한 것은 아니었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술 담배도 하지 않는데 지방간에 신장결석까지 그야말로 몸이 말이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는 초기당뇨 증상까지 겹쳐 잔뜩 긴장이 되었다. 운동 삼아 즐겨 치던 골프도 그만두고 허구한날 책상에 앉아 뭉갰더니 체중도 늘고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여지없이 오른쪽 명치끝에 둔통이 느껴졌다. 종합병원이 따로 없었다. 중년의 모든 질병은 내장비만에서 시작이 된다는데 너무 오랫동안 과체중을 유지하며 살았던 것이다.
인터넷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내 키와 나이를 입력하고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해 보았더니 78Kg까지 감량을 해야 겨우 내장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상체중이 된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식초 마시기’와 함께 다이어트에 좋다는 수영을 하기로 작정하고 동네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을 했다.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보기에도 낡디 낡은 아날로그 저울에 체중을 달아봤더니 89Kg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저울이 고장 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전자저울을 하나 구입한 후였다. 전자저울과 비교해 언제나 2-3Kg의 오차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헬스클럽에 등록한 첫날 내 체중이 92Kg쯤 되었던 것이다.
거의 30년 만에 다시 시작한 수영이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첨벙대며 몸에 힘만 들어가고 숨이 차서, 겨우 손바닥만한 수영장을 몇 번 왕복도 못하고 지쳐버렸지만 보름쯤 지난 후부터는 쉬지 않고 1시간 30분을 왕복해도 견딜만했다.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78Kg까지 감량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고 운동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다.
두부 다이어트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부 다이어트를 병행하기로 했다. 하루 세끼를 두부와 브로콜리, 양송이버섯, 당근으로 때우는 것인데 원래 두부를 좋아하는 식성이라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아들놈은 이상한 식사를 시작한 나를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지만, 고추가루와 사과식초 그리고 양파로 맛을 낸 간장을 찍어먹는 두부와 브로콜리의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한 달쯤은 거뜬히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기한 다이어트였다.
매일 아침 저울에 올라설 때마다 500g씩 줄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는 과학이라더니 섭취한 열량과 소비한 열량 그대로 저울에 나타났다. 수영을 시작한지 40일. 그리고 두부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20일만에 불가능해 보이던 78Kg의 벽이 허물어졌다. 허리가 끼던 바지는 헐렁헐렁 핫바지가 되어버렸고 이젠 어느 것 하나 몸에 맞는 옷이 없다. 얻어 입은 것 같은 헐렁한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바라보던 아내가 “당신 정말 독하다”며 웃는다.
<다이어트 3>
남은 인생을 독하게 살아보기로 작정했다. 결국 인생은 나 스스로를 통제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막 결코 쉽지 않을 세 번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내 야망과 욕망을 덜어내야 하는 ‘욕심 다이어트’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43 | 술 이야기 [4] | hherald | 2010.12.07 |
42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4] | hherald | 2010.11.29 |
41 | 현실이 된 환상들 [13] | hherald | 2010.11.22 |
40 | 나도 한 번 잘 살아봤으면 좋겠다 [9] | hherald | 2010.11.15 |
39 | 나는 런던의 택시운전사 [1] | hherald | 2010.11.08 |
38 | 고정관념 固定觀念 | hherald | 2010.11.03 |
» | 다이어트 이야기 [3] | hherald | 2010.10.11 |
36 | 천적 天敵 [79] | hherald | 2010.09.27 |
35 | 아버지와 아들 [3] | hherald | 2010.09.20 |
34 | 오래된 냉장고 저 남자 [122] | hherald | 2010.09.13 |
33 | 고부갈등 [2] | hherald | 2010.09.13 |
32 | 식초이야기 [6] | hherald | 2010.09.06 |
31 | 부메랑효과Boomerang Effect [3] | hherald | 2010.08.23 |
30 | 허물벗기 [43] | hherald | 2010.08.09 |
29 | 쌈장 이야기 [41] | hherald | 2010.08.02 |
28 | 친구에게 | hherald | 2010.07.26 |
27 | 뿌리 [5] | hherald | 2010.07.19 |
26 | 복병 伏兵 은 문제 될 것이 없다 [414] | hherald | 2010.07.17 |
25 | 넘지 말아야 할 선 線 [147] | hherald | 2010.07.17 |
24 | 쿠키 이야기 [15] | hherald | 2010.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