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존중이 중요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 깨달아집니다. 누구나 그러했을 것입니다. 젊었을 때는 작고 사소한 것에 다툼이 잦았음을 추억해 봅니다. 남자들은 특히 정치적 소신으로 의견 차이는 다툼이 되고 그것이 발전하면 싸움까지 나게 됩니다. 작금의 한국 상황은 물과 기름처럼 국민의 마음이 나뉘어 있습니다. 국민 마음이 나뉘었다는 것은 결국 정치인들은 그 나눠짐으로 힘을 얻어서 정치적 발판으로 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 소신이 분명해야 합니다. 자기 소신이 분명하다는 것은 타인의 소신을 존중해 주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 소신만이 옳고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믿는 신앙과 신념이 중요한 것처럼 타인의 신앙과 신념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는 절대 진리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한쪽에서는 옳다고 인정하는 것을 다른 한쪽에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모든 사람이 그 음식을 좋아할 순 없는 일입니다. 정치, 교육, 종교,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사람의 장내에는 미생물인 유익균과 무익균, 그리고 기회균이 살고 있습니다. 유익균은 말 그대로 사람에게 이로운 균입니다. 장내에 유익균의 수는 대략 30%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해를 가하는 무익균의 세력도 30% 정도입니다. 나머지 40%의 균은 기회균이라 지칭됩니다. 유익균이 강세일 때는 기회균은 유익균의 편이 되기에 유익균의 수는 무려 70%가 되어서 더 건강한 장내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반대로 무익균이 강세일 때는 기회균은 무익균의 편이 되기에 70%의 무익균의 세력으로 장내 환경을 어지럽힌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장내 환경은 정확하게 칼로 무 자르듯 퍼센트가 나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에 의하면 대략 그렇다는 것입니다. 장내에서 서식하는 미생물 균이 존재하지 않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음식을 소화할 수도 없으면 먹은 음식의 영양분을 분해할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세균이지만 신기하게 무익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서 자기 관리가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장내 환경이나 정치적 성향이 너무도 많이 닮았습니다. 여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숫자나 야당을 지지하는 숫자가 퍼센트가 비슷합니다. 중간 형태는 부동표라 하여 잘하는 쪽의 편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이 부동표를 움직이기 위해서 힘을 쓰고 있으며 이미 자기편이 된 국민을 집결시키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잘하는 편에 서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적 소신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선진 문명을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사는 곳은 대한민국이라는 질서 안입니다. 유익균이나 무익균, 기회균의 서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결국 그 균들이 사는 곳은 한 인간의 장내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최근에 ‘존 비비어’의 <존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지만, 다시 한번 꺼내 들어서 정독을 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존중을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존중은 행동과 말은 물론 생각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참된 존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존 비비어/존중 p27/두란노2009)
존중이란 말의 원뜻은 그리스어로 ‘티미’(time)입니다. 이 단어의 뜻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금처럼 귀중하고 중요한 것’을 의미입니다. 금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 금을 아무 곳에 놓아두지 않습니다. 금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가치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거나 경제가 위태로울 때는 금을 소유하게 됩니다. 화폐는 상황에 따라 가치가 바뀌지만, 금은 그 가치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현직 대통령으로서 사법부의 재판을 받을 뿐 아니라 영어의 몸이 된 것은 슬픈 현실입니다. 대통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는 상황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너무 과격하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보게 됩니다. 그들의 주장이나 소신이 옳을 수 있지만 전달 방법이나 표현 방법이 타인을 존중하는 행동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그것도 많이 배우고 나름대로 성공 가도를 거둔 분들의 행동이나 언어가 과격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에 대해 마음을 닫게 만듭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지구력을 요구하는 인생 마라톤입니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 될 수 있고, 야당이 여당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옳다 주장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 있고, 옳지 않음이 옳다 인정을 받을 때가 오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내가 주장하는 것은 분명해야 하지만 그 주장을 따르지 않는 자들의 주장을 존중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형태이기 전에 먼저 사람을 존중하는 인격으로 대화하고 자기 소신을 말하고 타인의 소신을 존중하는 정치 형태입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타인을 존중하는 인격에 깊은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내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남을 나보다 높게 여기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뿌리이며 동시에 시작이고 존중하는 삶을 사는 성숙한 시민 행동입니다. 욕설이 난무하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표자들을 향해 듣기 거북한 거친 쌍욕을 하는 그 사람의 주장이 옳다 할지라도 그 주장에 반기를 들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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