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신앙칼럼- 겨울에 피는 희망의 꽃

hherald 2025.01.20 16:24 조회 수 : 542

 

겨울엔 인생의 추위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피어나는 꽃이 있고, 봄엔 새봄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피우는 꽃이 있습니다. 신비로운 것은 봄에 피는 꽃은 대부분 꽃부터 피우고 잎을 나중에 피운다는 사실입니다. 녹색의 울창한 숲 사이에 피어나는 향기 짙은 여름 꽃이 있으며, 열매를 거두고 낙엽을 떨구는 가을엔 을씨년스런 날들에 대해 화려한 매력을 선사하는 가을꽃이 있습니다.

 

설산의 바위틈새 자락에 눈을 뚫고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사막과 광야의 메마른 땅에서도 꽃을 피워냅니다. 꽃동산 군락에서 피워내는 꽃도 아름답지만 피워낼 수 없는 상황에서 핀 꽃은 더더욱 소중하고 인생의 의미를 더해 줍니다. 꽃은 저마다 꽃을 피워내는 최정상의 시기가 있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누구를 위함 이거나 보여주기 위한 쇼맨십(showmanship)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생의 숭고한 몸부림일 뿐입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열흘을 피워낼 수 없으며,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 있는 권력이 있다 할지라도 십 년을 넘길 수 없다는 의미로서 이 땅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나 권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꽃을 바라보는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한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마음에 아름다운 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MBN에서 방영하는 <현역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눈 여겨 본적이 있습니다. 현역가수들이 경쟁을 통해 최종 일곱 명을 뽑는 과정을 다룬 프로그램입니다. 해외에서 보니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없고 지난 영상을 띄엄띄엄 보게 됩니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으로 와닿는 것은 가수들이 타인의 곡을 부르는 과정에서 그 노래를 해석해 내기 위해 몸부림하는 과정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하여 노래 부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노래를 잘한다고 하여 주어진 노래를 척척 부르는 것이 아니라 불러야 할 곡을 해석하고 고된 연습을 통해 그의 인생을 곡에 담아내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두 번 째로 받은 감동은 전문가들의 평가보다는 전문성이 없는 국민 평가단들에 의해 평가받는 것에 있습니다. 신기한 일은 전문가들의 점수와 그의 노래를 들은 비전문가 국민 평가단들의 점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그들이 노래를 해석하여 부른 것은 전문가들의 평가 때문에 그 노래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비전문가인 국민이 들었을 때 아무런 부담감 없이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이 해석해 낸 노래에 감동이 있다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어떤 전문성을 떠나서 개인적 취향입니다. 전문가들이 극찬한 음악보다는 내 마음에 와닿는 음악이 내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음악입니다.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도 그러하고 정치인들이 하는 정치도 그러합니다. 과거 언론의 자유가 없을 때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것을 정석으로 삼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는 공영방송이 아니더라도 많은 언론을 통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전문가들이라 할지라도 객관적인 평가나 과학적인 평가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내 귀에 거슬림이 없다면 그것이 좋은 음악이고, 정치인들이 외치는 외침이 마음에 와닿는다면 그 정치인의 손을 들어줄 수 있게 됩니다.

 

현역가왕을 보며 어떤 부분은 되돌려 반복해서 보기도 합니다. 그런 행동을 보면 누군가는 저에게 물을 것입니다. ‘목사님은 트로트를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어불성설의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트로트가 좋은 게 아니라 인생을 배우고 설교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가요가 아니라 그 노래를 해석하기 위해 그의 인생을 담아내는 모습을 배웁니다. 노래 한 곡을 해석하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담아내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전해야 하는 진리의 말씀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설교학에서 설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유행가를 해석하여 그것을 표현하는 가수들을 통해서 설교자의 자세를 배운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현역가왕에 출현한 가수들은 그들 가수 인생의 꽃을 피워 내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랜 시간 자신의 살과 뼈를 깎아가며 가수로서의 내공을 쌓은 결과이지, 단순한 경연에서 얻은 좋은 점수 때문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내 인생은 언제 꽃을 피울 것인가? 그것은 오래도록 마음에 담긴 명제입니다. 꽃은 일순간에 피워내지 않음을 배웁니다. 일찍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없게 피는 꽃이 있습니다. 반면 백 년에 한 번 피는 꽃도 있다 합니다. 가시연꽃, 토란꽃, 대나무꽃, 소철나무 꽃 등입니다. 한겨울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후 런던의 한 주택가를 산책하면서 겨울에 피지 말아야 할 꽃을 발견하게 됩니다. 꽃은 대부분 가지에서 피어나는데 나무 기둥을 뚫고 피어난 매화꽃이 만개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인데, 어떻게 꽃을 피웠니,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위한 것이니?’

 

꽃을 피울 시기가 아님에도 꽃을 피움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에 희망의 씨앗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은 보는 모든 것이 역동적인 희망으로 보이게 됩니다. 풀 한 포기에서도 희망을 찾고 겨울에 피어나는 꽃 속에서도 피울 수 없는 기적적인 희망을 기대하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98 헬스벨 - 뼈는 돌같지 않다 hherald 2025.02.03
3197 김준환 변호사 칼럼 - 엘런튜링에서 딥시크까지 hherald 2025.02.03
3196 신앙칼럼- 그대 존중할 수 없는가 hherald 2025.02.03
3195 부동산 상식- 영국 부동산 시장, 2025년 강한 출발…경제 불확실성 속 활발한 거래 hherald 2025.02.03
3194 시조생활- 봄빛따라 / 너란 꽃 / 그리움 file hherald 2025.02.03
3193 요가칼럼- 하루10분 초간단 복근운동과 허리 스트레칭 file hherald 2025.02.03
3192 김준환 변호사 칼럼 - 재외국민인증서 hherald 2025.01.20
3191 시조생활-겨울소경 / 그리울 떄는 / 춤추는 빗줄기 file hherald 2025.01.20
3190 헬스벨 - 조선 왕실의 3대 명약 hherald 2025.01.20
3189 런던통신- 버킨백을 탄생시킨 전설의 삶, 제인 버킨을 아시나요? hherald 2025.01.20
3188 요가칼럼- 날씬하고 유연한 다리를 위한 하루 10분 스트레칭 file hherald 2025.01.20
3187 이안정 원장의 ‘영국 사회복지 이야기’- 치매에 대한 이해 - 집에서 돌봄을 위한 재정 평가 hherald 2025.01.20
» 신앙칼럼- 겨울에 피는 희망의 꽃 hherald 2025.01.20
3185 김준환 변호사 칼럼 - 양자컴퓨터 hherald 2025.01.13
3184 이안정 원장의 ‘영국 사회복지 이야기’- 치매에 대한 이해 hherald 2025.01.13
3183 요가칼럼- 허리통증 잡아주고 뱃살 빼주는 7분 운동 루틴 file hherald 2025.01.13
3182 헬스벨 - 2025년 몸을 만들자! hherald 2025.01.13
3181 시조생활- 습관/ 사랑곶 전망대 / 첫인사 file hherald 2025.01.13
3180 서울부동산, British Property Awards 6년 연속 금메달 수상! hherald 2025.01.13
3179 신앙칼럼- 익숙함에 길들여지다 hherald 2025.01.1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