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만에서 유행하는 여행 스티커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저는 대만 사람이에요. 중국인이 아니에요" 대만 사람들이 한국에 올 때 한국어, 영어로 이렇게 적은 스티커를 여행 가방에 붙이고 다녔다. 일본 여행 중에는 일어, 영어로 만들었다. 여행지에 가면 유독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혐중 嫌中 정서 때문에 중국인으로 오해받는 것이 싫은 대만 여행객들의 극약 처방이었다.
요즘 뉴몰든에서 비슷한 결을 가진 말을 가끔 듣는다. 영국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 일대에 최근 급격히 늘어난 홍콩인들. "저는 홍콩 사람이에요. 중국인이 아니에요" 그보다 조금 완화된 표현도 있다. "중국인은 맞습니다만 저는 홍콩 사람입니다."
중국인의 영국 이민은 1841년 영국이 홍콩을 차지한 그때부터 시작해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화교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인구수도 프랑스 다음으로 많다. 영국의 중국인은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 지역인 웨스트엔드에 차이나타운을 일궜다. 인도인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 이민족 사회를 구성했다. 그런데도 뉴몰든에서 만나는 '홍콩에서 영국에 온 중국인들'은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하며 중국인이기를 거부한다. 이런 현상이 뉴몰든에서 만나는 홍콩인에게 더 강한 건 아마도 대부분이 2021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영국 정부의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 온 이들이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이민'이 아니라 '탈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뉴몰든에서 새롭게 마주하는 이웃 대부분이 영국해외시민(BNO) 여권 프로그램에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홍콩인들이다. 어느 조사를 보니 이들 가운데 59%는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어 영국인 34%보다 고학력이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취업한 이는 35%, 자영업자나 파트타임을 합쳐도 일을 하는 이는 50%에 불과하다. 하지만 99%의 홍콩인이 홍콩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착에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영국에 정착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짧은 이주 역사지만 지역 사회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공동체의 화합력도 눈에 띈다.
뉴몰든은 영국에서도 인종적 다양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영국인이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뉴몰든은 한국인의 동네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한인들은 그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뉴몰든에서 볼 수 있는 많은 한글 간판은 이곳이 코리아타운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뉴몰든의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르고 좀 과장된 느낌도 있지만 요즘 서서히 리틀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홍콩의 분위기가 흘러 불안하고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아편전쟁 후,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에서 공산당이 권력을 잡은 후, 홍콩인의 영국 진출이 늘었다. 런던의 차이나타운도 그런 과정 속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물이다.
한인타운을 지키는 것. 재영한인 중 초인 超人이 등장해서 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모두 애정을 갖고 화합하고 동참해서 이뤄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앞장서 해야 할 한인회를 지금, 이 지경으로 만든 인사들이 자숙하지 못하고 또 몽니를 부리는 요즘, 홍콩인들의 화합이 부럽고 한편으로 두렵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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