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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스크루지 효과

hherald 2025.12.01 17:44 조회 수 : 10

찰스 디킨스는 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위대한 작가인데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의 창조자라고 불린다. 그가 쓴 중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로 인해 성탄절의 이미지가 다시 정립되고 성탄절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리스마스는 서구사회에 오랫동안 큰 명절로서 자리했지만, 빅토리아 시대에는 그저 그렇게 지나치는 하루로 전락했다. 산업화와 함께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기념일이나 명절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런데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기리는 데 많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니라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하는 것을 일깨웠다. 그 덕분에 성탄절의 의미가 되살아나 이날 하루는 팍팍한 일상 가운데 가족이 모이는 특별한 날, 가족이 즐기는 휴일이 됐다. 

 

또한 이 작품 이후로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기념일에서 종교를 초월한 모든 가족의 기념일로 바뀌고 상류층과 일부 성직자의 명절에서 일반인 모두가 즐기는 축제일로 바뀌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이때부터 유행해서 특히 어린이가 좋아하는 날이 됐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도 이 책에서 유래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의 대명사처럼 됐기에 당시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어린이들이 그러면 이제 크리스마스도 사라지는 것인가 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바꾼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크루지'. 스크루지는 '쥐어짜다'라는 뜻을 가진 옛날 은어라고 한다. 그는 영국 런던에 사는 악명 높은 구두쇠로 이 작품으로 스크루지는 구두쇠의 대명사가 됐다. (구두쇠는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 구두 바닥에 쇠를 박았다는 데서 유래했다는데 우리나라에도 조기 한 마리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은 자린고비 설화와 같은 것이 내려온다.)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 캐럴'의 내용은 스크루지에게 세 명의 정령이 찾아오고 철저한 배금주의자였던 스크루지가 정령과 함께 시간 여행에 나서며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인식하고 나서 개과천선하는 구두쇠 스토리는 동서고금에 여럿 있는데 '크리스마스 캐럴'이 워낙 유명하고 스크루지 영감은 더 유명해서 스크루지 효과 Scrooge effect 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크루지가 자기의 무덤을 보고 깨닫듯 죽음이 임박한 것과 같은 큰 고비를 넘기고 나서 이타적인 태도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스크루지는 현실에 찌들어 흑화한 자신의 모습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현재우리는 왠지 순수함을 잃은 악인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으로 악인이 벌을 받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지만, 자신이 벌을 받는 걸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실에 찌들어 흑화한 자신을 반성하고 사랑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으로 자신을 그릴 수 있다. 그려서만 되겠는가. 그렇게 바뀌어야지.

 

영국의 한인사회에 이번 연말을 기해 뭔가 새롭게 일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있어 반가우면서 우려도 있다. 과거에 문제를 만든 이가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모순도 보여 평가하기도 난감하다. 아무쪼록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 사람들에게 일말의 스크루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백년하청일지는 지켜 볼 수밖에.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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