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출간 100주년을 맞았다. 때마침 한국에서 만든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4월부터 9월까지 런던 웨스트엔드 콜로세움 극장에서 공연했다. 나도 아내랑 가서 구경했는데 정말 멋졌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4월10일에 첫 출간했다. 그런 사실에 맞췄는지 몰라도 한국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4월 11일에 영국에서 첫 공연을 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이어 런던에서도 성공했다는 호평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흙수저였던 개츠비가 무일푼의 상태에서 출발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백만장자로 신분 상승을 했지만 비참한 말로를 맞아 죽는 내용이다. 남의 아내가 된 옛애인을 만나려는 욕심에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위로 더 위로 향하는 신분 상승을 한듯 했지만 그가 속한 계층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이런 개츠비의 신분 상승을 빗대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란 말이 생겨났다. 개츠비 곡선을 알기 위해 우선 '세대간 이동성' intergenerational mobility이란 말부터 보자.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식의 경제적 지위로 세습되는 경향이 있을 때 '세대간 이동성'이 작다고 한다. 그럼 개츠비는 부모의 도움 없이 부자가 되었으니 '세대간 이동성'이 크다.
세대간 이동성이 작은 사회에는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 경향이 더욱 뚜렸하다.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바로 이런 세대간 이동성이 큰지 작은지를 측정하는 도표로 개츠비곡선의 상단에 위치하는 나라는 계층 간 이동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대체로 개발도상국일수록 X값과 Y값이 상단에 위치해 부모 잘 만나야 잘되는 나라다. 유럽 선진국일수록 그 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모의 소득에 영향을 덜 받는다.
이번에 나온 개츠비 곡선을 보니 아이슬란드·덴마크·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곡선의 아래쪽에 자리했다. 부모 잘 만나 잘 된다는 운이 작게 작용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독일이나 프랑스도 이에 가깝다.
이들 국가의 특장은 누진적인 세금 제도와 포괄적인 사회보장 시스템, 그리고 아주 중요한 양질의 공교육이 제공되는 나라들이다. 이런 정책들이 소득 불평등을 없애 세대 간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 공교육은 사회, 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준다. 누구나 잠재력을 발휘해 나라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된다.
이번 위대한 개츠비 곡선에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사회는 미국이다. 불평등하고 세대간 이동성도 무척 작은 사회로 평가돼 곡선의 꼭데기에 자리한다.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어 버린 미국을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을까. 미국의 나쁜 선례를 우리가 오히려 동경하고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만든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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