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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전범기?

hherald 2018.10.01 17:52 조회 수 : 107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들을 '추축국'이라 부른다. 추축이란 단어는 무솔리니의 말에서 유래했는데 국제 정치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추축국이 결국 전범국이 됐고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이 그들이다. 이 세 나라를 삼국동맹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모두 나름의 상징이 있었다. 지금은 금기시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나치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이탈리아 파시즘의 파스케스fasces, 일본 제국의 욱일기旭日旗가 그것이다.

이를 '전범기'라고들 하는데 따지고 보면 잘못된 말이다. 전범이란 전쟁 범죄나 전쟁범죄자를 줄인 말로 전쟁범죄자의 깃발이란 뜻이 되니 전범기는 틀린 말이다. 이번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오겠다는 일본 해상자위대를 반대하면서 <전범기 단 일본 오지 마라>와 같은 표현을 쓰는데 욱일기라는 명칭이 분명히 있으니까 굳이 전범기라는 어정쩡한 표현보다 바로 욱일기라고 말하자는 질책이 나오곤 한다. 또 욱일기를 '욱일승천기'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도 없다고 한다.

모두 알다시피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뒤 독일에서는 하켄크로이츠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다. 하켄크로이츠는 고대 게르만족의 문자에서 유래 했는데 아돌프 히틀러는 이를 아리아인의 상징으로 여겼고 처음에는 당기로, 정권을 잡은 뒤 독일 국기로 했다. 지금 유럽에서는 나치즘을 찬양하거나 반민주적 사상을 전파하려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 나치와 히틀러가 워낙 민폐를 끼쳤기 때문에 하켄크로이츠를 보면 후유증이 생겼다고 할까. 이를 나치나 히틀러와 동일시해서 아예 금지시킨 것이다.

그에 비하면 무솔리니가 휘날린 파스케스는 좀 덜 구박 받는다. 나무 뭉치에 묶인 도끼 그림인데 유래는 로마 시대.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서도 사용되는 그림이다. 로마 집정관의 경호원이 사용하던 무기인데 결속을 뜻한다. 무솔리니가 히틀러만큼 활약하지 못해서인지, 파스케스의 기원이나 의미가 나름 있어서인지 이를 전범기로 보는 시각은 적다.

그럼 욱일기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군기였고 지금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군기다. 해상자위대에서는 '자위함기'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욱일기가 엄연히 군기인데 이를 배척하는 나라가 한국뿐이라고 불만이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전범기=욱일기'로 보인다. 그래서 욱일기 비슷한 것만 보여도 질색한다. 연예인이 이런 거 만지거나 사진에 올리면 난리다. 매장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일본의 극우 세력이 욱일기를 주로 사용하니 우리에게 배타심이 더 깊이 각인된 것이다. 특히 제국주의 시절에 저지른 그들의 만행을 형식적으로 반성하는 척하지만 내심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술 더해 미화하는 태도가 욱일기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관점을 심화시킨 게 아닐까.

그래서 욱일기는 오지 말라는 것이 바로 그들의 자업자득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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