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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런던 아리랑 예술단

hherald 2018.08.13 17:29 조회 수 : 128

 

 

뉴몰든에서 가야금 소리를 간혹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약 10년 전쯤부터일까. 탈북민들이 뉴몰든으로 오면서 각종 행사에 가야금을 든 할머니들이 보였고 우리는 영국에서 그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2009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서병일 한인회장이 몇 년 동안 열리지 못한 한인 송년잔치를 아주 오랜만에 부활시켰는데 프로그램에는 탈북민들의 공연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한인들 행사에 무대에 오른 탈북민을 본 것이 내 개인적으로는 그날이 처음이 아닐까, 지금도 그날 들었던 북한가요 통일무지개와 가야금 산조가 기억난다.

 

2018년 8월 12일 저녁, 뉴몰든 어느 영국 교회의 별관 무대에서 열린 <런던 아리랑 예술단>의 공연은 통일무지개를 부르는 여성 중창으로 시작됐다. 사실 처음 이들의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런던'과 '아리랑'과 '예술단'이란 단어의 조합이 2018년이란 시간과 영국이란 장소를 고려해 들으면 웬지 조금은 어색한 조합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날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약 한 시간(한 시간에 14가지 공연을 했으니 바쁘게 진행됐다) 정도의 공연을 보고 난 뒤 <런던 아리랑 예술단>만큼 이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예술인 세 사람을 데려와 프로급 무대가 된 부분도 있고 아마추어인 우리 이웃 탈북민들이 짬을 내 연습한 풋풋한 실력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물동이 춤, 조개 춤, 해금 독주, 사당무 등 전통 무용가와 예술인이 보여준 작품은 이견 없이 훌륭했다. 그런데 더 인상적인 것은 북한 가요 '심장에 남는 사람' 독창, 가야금 산조, 장구 장단, 사랑 사랑 내사랑 춤(이 표현들은 모두 프로그램에 적힌 내용을 따름), 옷 색깔이 감쪽같이 바뀌는 마술 춤인 사계절 춤(지난해 가을 킹스턴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한 번 공연된 바 있다) 등은 우리랑 바로 이웃에 사는 누군가의 아내요, 누군가의 엄마인 탈북민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인지라 참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솔직히 인정하는데 뉴몰든에서 우리 전통문화가 더 반짝이는 곳은 탈북민 사회다.

 

이날 공연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예상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와서 공연장의 좌석이 부족했다. 주최 측은 당연히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탈북민이 더 많았지만, 한인들도 많았다. 현지인도 눈에 많이 띄었다. 아리랑 예술단의 공연이 탈북민만의 잔치가 아니라 한인들의 잔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뉴몰든에서 한인이든 탈북민이든 현지인의 눈에는 모두 코리안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는 같이 살아가야 할 이웃, 이런 교류가 있는 곳에는 모두가 참여하고 힘을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탈북민 사회라고 분리해 표현하는 것도 자제할 부분이다.

 

이날 저녁 식사로 풍성한 북한 음식이 뷔페로 제공됐다. 어디 주문한 음식이 아닌 탈북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이라 정성도 배가 됐다. 북한 음식을 맛본다는 경험도 고마운 일이다. 

 

런던 아리랑 예술단은 지난해 4월에 결성됐다. 처음 <북한 한민족 예술단>으로 했다가 '북한'이란 말이 들어가는 데 대한 의견이 분분해 '아리랑 예술단'으로 했다고 한다. 이름이야 어쨌든, 다행이다. 아리랑 예술단이 런던에 있다는 것이, 특히 우리 이웃들이 만들고 키워간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고마운 일이다. 분명하다. 그건 단지 옷 갈아입기 마술 춤을 볼 수 있다는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기쁨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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