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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선남선녀'와 '애미애비'

hherald 2018.07.02 16:57 조회 수 : 165

 

우리말 중 짝대립어는 대부분 남성형이 먼저 나온다. 선남선녀, 남녀노소, 신랑신부. 남녀평등. 그런데 부정적인 의미, 욕설에 가까운 짝대립어는 여성형이 먼저 나온다. 년놈, 애미애비, 계집사내. 우리말에는 성차별 의식이 암시적으로 반영된다.

 

여성발전을 도모하려 시행했던 '여성주간'이 2015년에 '성평등주간'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7월 1일부터 7일까지다. 올해 서울시가 성평등주간을 맞아 성차별 언어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우리가 하루빨리 고쳐야 할 성차별 언어 10건이 뽑혔다. 

가장 많은 제안은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붙는 '여(女)' 자를 빼는 것. 여의사, 여비서, 여군.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자를 이르는 말로 흔히 쓰이는 ‘여류’도 차별적 언어다. 

여자고등학교처럼 교명에 여자를 붙이는 게 성차별이라는 제안도 있다. 또 일이나 행동을 처음 한다는 의미의 ‘처녀’라는 수식어를 쓰지 말자고 한다. 처녀작, 처녀출전, 처녀비행 등에 ‘첫’을 넣어서 첫 작품 등으로 부르자는 의견이다. 

‘저출산’(低出産)은 여성이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을 뜻해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의미인 ‘저출생’(低出生)으로, ‘유모차’(乳母車)에도 ‘어미 모(母)’자가 있어 여성에게 육아 책임이 있다는 의미여서 유아가 중심이 되는 표현 ‘유아차’(乳兒車)로 개선하자고 했다.

과거에도 미망인, 출가외인, 집사람’ 등을 성차별적 이데올로기가 담긴 여성 관련 표현으로 지적됐다. 무슨 말이든 '여자가...'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 비하하거나 제한하려는 성차별 의식이 따른다고 했는데 이번에 여성을 가리키는 3인칭 대명사 '그녀'도 성차별 언어로 선정됐다. 하긴, '그녀'는 있지만 '그남'은 없다.

 

강주헌 씨의 저서 <계집 팔자 상팔자>는 낱말의 어원을 살펴 우리 호칭어의 음성과 음운에 나타난 성차별의 근원을 추적한 바 있다. 형제라는 낱말과 결합한 낱말(형제지국, 형제애 등)들이 나타내는 뜻이 국가·정의·하늘 등 규모가 큰 반면 자매가 합성하고 있는 낱말(자매지· 자매결연 등)은 상대적으로 규모감이 작다고 했다. 어원학적으로 볼 때 며느리가 음식을 나르는 사람이요, 부인이 빗자루 들고 있는 사람이며 아들의 어원적 의미가 ‘시작이며 출발’ 이고, 딸은 ‘복종과 순종’이며 아가씨가 ‘알+씨’, 즉 번식을 위해 종자로 준비된 존재이며 남편의 첩을 의미하는 시앗이 씨앗 또는 씨알에서 출발했다며 우리말의 성차별적 구조를 파헤쳤다. 

 

언어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성차별이 담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성차별이란 불평등이 만연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성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의 언어를 긍정적 이미지나 중립적 의미를 담은 언어로 바꾸는 것은 여성 차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한 방편이다. 물론, 제아무리 좋은 의미의 말로 바꾼다손 현실이 그에 따라 바뀌지 않으면 그 또한 '도로묵'이겠지만. '가사노동'을 '돌봄노동'이라 부르기로 했지만 여전히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을 평가절하하는 관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면 '돌봄노동'을 '부엌데기, 솥뚜껑 운전수'라는 의미로 부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여성 차별적 현실에 맞서는 사람들의 의식이 제대로 된 곳에는 성 차별적 언어가 설 곳이 없다. 마침 '성평등주간'이다. 내가 하는 말에 성 차별적 언어가 없는지 말조심, 또 말조심.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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