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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3년 내로 유럽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10종류의 일회용 제품을 퇴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 법으로 만들어진다. 입법이 확정되면 2021년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면봉, 빨대, 식기를 비롯해 PET병, 봉지, 물휴지 등이 유럽에서 사라진다. 종이 빨대, 나무 면봉 등 이미 대체품이 나와 있는 것은 우선 사용 금지 제품군에 들어갔다. 대체품이 없는 제품도 2025년부터는 사용량을 1/4로 줄인다는 목표다.

 

<네셔날 지오그래픽>은 지난 6월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진을 특집으로 게재했다. 표지 사진으로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 한 개가 빙산의 형상을 한 것을 실어 우리 눈에 보이는 해양 쓰레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플라스틱 오염으로 죽어가는 해양 생물의 사진도 충격이었다. 면봉에 걸린 해마,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바다새, 버려진 그물에 목만 내민 거북, 플라스틱 뚜껑을 덮고 돌아다니는 소라게 등 플라스틱 쓰레기는 낡은 그물과 함께 해양 오염의 70%를 차지한다고, 해양동물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음식으로 착각하고 먹는데 그렇게 플라스틱을 계속 먹어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든 해양동물은 오히려 영양실조로 죽는다고 한다. 죽은 해양동물 시체는 부패하지만, 플라스틱은 건재해 또 다른 해양동물에게 먹이로 보이는 착각을 준다.

 

40년이 넘은 중학교 시절이었을까? 내가 다니던 학교의 과학 선생이 "나는 지금이 철과 플라스틱 병용기 시대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포항제철이 한창 용광로를 돌리던 시대라서가 아니라 그 선생이 가르치길 문명사적으로 석기시대, 청동기시대를 지난 철기시대라 하더니 왠 플라스틱?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중간기를 금석병용기 시대라고 했듯이 1970년대는 철과 플라스틱의 소비가 비슷해 철.플라스틱 병용기 시대라 불러야 한다는 개인 견해를 얘기했었다. 실제로 10년이 못 돼 1980년대 중반부터 인류의 플라스틱 소비량이 철 소비량을 넘었다. 지금은 과히 플라스틱 시대라 할만하다.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사는 지금 플라스틱은 편리하면서도 치명적인 두 얼굴을 가졌다. 플라스틱은 편리하다. 이름처럼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 처음 플라스틱이 발명된 것은 당구공을 대체할 물질을 찾던 과정에 나왔다. 19세기 미국 상류사회에 당구가 유행했는데 당시 당구공은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 매우 귀하고 비쌌다. 당구공 제조업자들이 상아 당구공을 대신할 것에 1만 달러의 현상 광고를 냈고 도전자들이 개발해낸 것이 최초의 플라스틱이다. 그 뒤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줬다. 비싼 상아 빗 대신 플라스틱 빗이 나와 누구나 빗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가볍고, 녹슬지 않고, 겹겹이 쌓을 수 있는 흰색 플라스틱 의자는 가장 성공적인 플라스틱 가구로 이런 의자가 지구상에 수억 개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돌아보니 편리한 플라스틱 빨대는 만드는데 5초, 사용하는데 5분, 썩는데 500년이 걸린다는 문턱에 걸려 깨닫는다.

 

유럽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퇴출하려는 것을 보니 이제 인류가 서서히 플라스틱과 거리를 두려는 뜻으로 보인다. 플라스틱의 편리한 매력에 취했다가 아뿔사 우리 자녀를 보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다른 얼굴을 이제야 봤다면 플라스틱과 지혜로운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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