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즉측 - 해는 하늘 한가운데 오면 곧 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석양은 사람을 겸허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해는 하늘 한가운데 오면 곧 서쪽으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일중즉측, 주역에 나오는 말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 할지라도 정점에 도달한 순간부터는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현대적 표현으로 한다면 레임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임덕 (Lame Duck)이란 다리를 저는 오리라는 뜻입니다. 18세기 영국 증권시장에서 빛을 갚지 못해 파산한 투자자를 뒤뚱거리는 오리에 비유하던 말입니다. 19세기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임기는 남았는데 재선에 실패했거나 다음 후임자가 결정되어 힘을 잃어 권력 누수현상이 일어나는 정치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발전했습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열흘을 넘지 않으며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릴 권력이라 할지라도 십 년을 넘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꽃이라든가 권력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삶에 적용해야 할 명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침을 맞을 때 희망의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 가는 것은 희망의 태양이 솟아 오름을 보기 위함입니다. 태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돌아 아침과 저녁을 선물해 줍니다. 일출은 희망을 선물해 주지만 일몰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새해 첫날 새벽에 강원도 바닷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새벽 시간이라 도로가 텅텅 비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여유롭게 출발했습니다. 새벽 시간임에도 고속도로는 밀리기 시작했고 휴게소에는 주차할 수 없을 만큼의 대 만원을 이뤘습니다. 느낌상으로는 대한민국의 모든 차량이 동해를 향해 가고 있음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달려 가는 것은 희망의 태양을 보기 위함일 겁니다. 일출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역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의 기운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일어서게 하는 영향력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일몰은 자신을 돌아볼 뿐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거울 역할을 해 줍니다. 거울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거울이 있습니다. 집안에도 대형 거울이 대부분 있어서 자기 전신을 비추어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손거울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합니다. 근래에는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 봅니다.
반대로 짐승은 거울 앞에서 당황하여 도망하거나 적으로 알고 싸우려 들기도 합니다. 거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만 양심이 있고 영혼이 있음을 증명합니다. 거울 치료라는 말은 낯설지 않습니다. 거울 치료(Mirror Visual Feedback) 뇌의 착각을 이용한 과학적인 재활 치료법입니다.
동물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도망하거나 싸우려 들지만 인격적인 사람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성찰합니다. 의학에서는 거울에 비친 정상적인 모습을 통해 뇌의 착각을 유도하여 아픔을 고치는 치료를 합니다. 우리 인생이 그러합니다. 하루의 끝에서 만나는 석양이라는 거울이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거울이 됩니다. 자식은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성장할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됩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신이라 했습니다. "시치고산"이라 하여 일본에서는 세 살까지 신의 영역에 있다고 믿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신의 영역에 있는 신인데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신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입니다. 모든 것을 다 해 주어야 할 신이지만 부모의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신입니다.
석양이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 주마등처럼 스쳐 가게 합니다. 이제는 살아온 만큼 더 살 수 없는 나이입니다. 석양을 나이 든 노인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희망이 솟아오를 태양을 맞을 준비를 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쉼 없이 일몰과 일출은 반복됩니다. 하루하루 맞는 삶에는 희망으로 시작해서 자기반성으로 하루를 마감하게 합니다. 자기반성은 더 나은 내일에 떠오르는 희망의 태양을 맞기 위한 대청소입니다. 귀중한 손님을 초대하면 온 집안을 쓸고 닦아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몰은 조용한 음성으로 들려줍니다.
"너 여기까지 오는 것 힘들었지?
누가 너를 알아 주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하룻밤 푹 쉬고 나면 내일이라는 희망이 솟아오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