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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벨 - 뼈마름의 대가

hherald 2026.07.13 16:53 조회 수 : 7

요즘 영화제와 시상식 사진을 보다 보면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팔다리는 가늘며, 얼굴의 볼이 움푹 팬 퀭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이미지는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것은 정상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대중은 어느 순간부터 건강한 체형이 아니라 미디어가 선택한 체형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기 시작합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몸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나에게 원하도록 만든 몸인가, 남의 욕망을 추구하고 있는가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외모가 직업적 자산인 연예인이나 모델이 아닌 일반인까지 그 기준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는데 매일 미디어에서는 억지로 떠먹이고 있습니다. 생활 전선에서 일하고, 가족을 돌보고, 병을 견디며,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드레스 사이즈의 축소가 아니라 충분한 근육과 에너지와 회복력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재테크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근테크’라는 점 기억하세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젬픽, 위고비, 문자로와 같은 체중감량 주사제가 ‘인류 최고의 다이어트 치트키’처럼 홍보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4년 초부터 2025년 초 사이 약 160만 명이 위고비나 문자로 같은 체중감량제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체중감량용 경구 세마글루타이드까지 승인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외모 차별, 외모 판정이 극심한 한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독도마뱀에서 시작된 이야기

 

GLP-1 계열 약물의 역사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동물이 힐라몬스터, 학명으로 Heloderma suspectum로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서부의 사막 지역에 사는 독도마뱀입니다. 얘는 먹지 않고 오랜동안 살 수 있는 신기한 짐승인데 1990년대 초 뉴욕 브롱크스의 재향군인 의료기관에서 연구하던 내분비학자 John Eng는 힐라몬스터의 침샘 분비물에서 ‘엑센딘-4’라는 펩타이드를 분리했고 이 물질 덕분에 이 놈들이 배고픔도 느끼지 않고 버티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간은 뭔가를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는데 이를 느끼게 하는 인간의  GLP-1은 빨리 분해되어 하루에도 여러번 먹어줘야 합니다. 오젬픽이나 위고비등의 세마글루타이드는 인간 GLP-1을 기반으로 장시간 작용하도록 변형한 약물이고, 문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 GIP까지 동시에 자극하는 약물입니다. 

 

체중 감소와 대사 건강은 같은 말이 아니다

 

GLP-1 계열 약물은 뇌의 식욕 회로에 작용하고 위 배출을 늦추며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작용이 있습니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적절한 환자에게는 혈당 조절과 심혈관 위험 감소를 포함한 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정상 체중인 사람이 더 앙상해지기 위해 사용하는 미용 목적의 투약이 뒤섞이고 있다는 점이며 GLP-1계열을 통한 살빼기는 신진 대사, 에너지 대사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굶어서 뺀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인체는 필요에 따라 포도당과 지방을 번갈아서 태웁니다. 이처럼 연료의 공급과 수요에 맞추어 에너지원을 바꾸는 능력을 ‘대사적 유연성’, 즉 metabolic flexibility라고 합니다. 신체 구성 성분인 단백질을 태우는 상태는 결코 건강하지 않은데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장기간의 에너지 부족으로 근육이나 장기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상태는 장기간의 단식으로 인한 극심한 영양 부족과 만성 질환의 마지막 단계, 당뇨 말기, 암 말기, 암성 악액질에서 이러한 단백질 손실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단백질 소실을 유발하는 다이어트를 강제 수용소 다이어트라고 부릅니다. 나치 아우슈비츠, 소련 굴락, 북한 정치범 수용소 등에서 볼 수 있는 체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식욕뿐 아니라 욕망도 줄어드는가

 

최근 주사를 맞은 뒤 술과 담배, 쇼핑이나 도박에 대한 충동이 줄었다는 훈훈한 경험담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GLP-1 수용체는 식욕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보상과 동기를 조절하는 뇌 회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중독 치료 측면에서의 흥미로운 가능성을 띄우고 있긴한데 우울증으로의 급행열차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일부 사용자는 음식뿐 아니라 창작, 일, 연애와 같은 평소 좋아하던 활동에도 흥미가 줄었다고 말하며 사랑하던 연인에 대한 정렬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런 ‘무쾌감’상태가 약물에 의해 직접 발생한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체중 감소에 따른 피로, 지나친 저열량 섭취, 기존의 우울증이나 생활 변화와 함께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식욕을 적,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상 식욕 항진은 물론 대사 이상과 연결되지만, 지속적인 식욕 저하 또한 큰 문제입니다. 식욕은 몸이 에너지와 영양소를 요구하는 두뇌 신호이며, 때로는 생명력과 활동 의지를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는 신체 기능 저하와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되기에 중요하게 봅니다.


100세 시대에 우리가 선망해야 할 몸은 갈비뼈가 보이는 몸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소화시켜서 근육과 뼈대를 잘 만들고 체력이 짱짱하여 잘 움직이며, 넘어져도 다시 번쩍 일어날 수 있는 몸, 재밌고 유쾌한 생각을 많이 하는 몸입니다. 비정상적인 미학을 추구한다고 근육과 뼈, 영양 상태와 삶의 흥미까지 지불한다면 그 대가는 너무 크지 않은가 합니다.

체중계 숫자 줄인다고 몸의 기능과 생명력은 줄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적의 약이 대세인 시대, 옷 태, 뼈마름과 앙상함보다 강건함과 근력을 저축해야 함을 외로운 목소리로 고하는 바입니다!

 

런던한의원 원장 
류 아네스  MBAcC, MRCHM

 

대한민국 한의사
前 Middlesex 대학 부설 병원 진단학 강의
The Times선정 Best Practice crit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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