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를 확실하게 뽀개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람 빠진 타이어로, 휠 얼라인먼트가 어긋난 채로,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일단 달리면 되지” 하면서 계속 밟는 겁니다.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타이어 압력이 좌우가 다르다든지 바퀴 정렬이 틀어지면 차는 맛이 갑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자동차는 정기적으로 MOT도 받고, 정비소에서 얼라인먼트도 맞춥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동차 바퀴 압력은 맞추어 주면서 정작 자신의 정렬은 체크하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통증이 오기 전까지, 의원에 오기 전까지 자기 몸의 “정렬 상태”를 생각하면서 살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통증 환자들을 보다 보면, 놀랍게도(혹은 전혀 놀랍지 않게도) 좌우 정렬(alignment)이 안 맞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고(tilt), 비틀리고(torsion), 돌고(spin), 한쪽만 과하게 쓰는 패턴(dominance)과 비대칭 발달(uneven development)이 겹쳐져 있습니다. 관절 가동범위(range of motion)가 제한돼 척추를 “똑바로” 세울 수 없고, 통증에 대한 방어(guarding)와 보상(compensation)이 꼬리를 뭅니다. 만성일수록 보상 위에 보상이 쌓여 패턴이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통증만 없애달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상태에서 통증을 느끼는 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합니다..통증은 인체가 보내는 경고등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대쉬보드에 경고등이 켜지면 본넷을 열어 버거 원인을 찾아 고쳐야지, 경고등 배선을 잘라버리면 차는 조용해질지 몰라도 고장은 계속 진행됩니다. 통증만 ‘꺼지게’ 만들고 예전 사용 패턴으로 복귀하면, 결국 같은 부위가 더 악화되거나 다른 부위가 대신 망가집니다.
인간은 네 발로 걷는 동물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 있습니다. 이족보행(bipedal)을 선택하면서, 서 있는 동안 신체 균형을 스스로 잡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기 때문입니다. 머리—가슴—골반—발로 이어지는 세로 기둥이 조금만 비틀려도, 어딘가가 과로하게 됩니다. 특히 머리 위치가 중심에서 벗어나고 거북목 자세가 심해질수록 목과 신체가 받는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한 모델링 연구에서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경추에 걸리는 하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합니다(중립 자세 10–12lb 수준에서, 60도 굴곡 시 약 60lb까지). 즉 ‘약 5kg짜리 머리’가 자세에 따라 ‘20kg 이상’의 부담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정렬이 무너지면 통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호흡 패턴이 망가지고, 수면이 얕아지고, 에너지가 줄줄 새며, 일상에서 피로도가 대폭 올라갑니다. 정렬 문제는 인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면역 기능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심지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IBD)도 구조적인 정렬 문제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 염증도 심화로 인해 악화나 재발될 수 있다는 근거가 계속 축적되고 있습니다. 즉, 만성 통증—스트레스—만성 염증 - 수면장애—활동 저하가 한 덩어리로 굴러가면서 전신 컨디션을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상상합니다. 제가 다국적 제약회사와 유착관계가 없는 청렴한 복지부장관이라면, 전 국민에게 ‘영양 상태 검진, 체성분 분석, 체형과 움직임 분석’을 최소 5년에 한 번은 의무화하겠습니다. 실제로 어깨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며 오셨는데, 자세히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가 삐뚤어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이렇게 삐뚤어진 채로 일상을 어떻게 버텼지?” 싶어 기함할 때가 있습니다. 바람 빠진 타이어로 굴러 들어온 새 포르쉐를 받는 정비공의 심정이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사회적 기대입니다. “빨리, 무조건 통증을 없애줘. 빨리 생활 전선으로 돌아가게 해줘.” 하지만 통증은 인체가 살겠다는 신호입니다. “제발 좀 덜 부셔달라”는 신경계의 함성입니다.통증은 대개 경고등입니다. 강력한 진통제, 주사 등으로 경고등을 끄면 일시적으로는 편하지만, 부정렬과 움직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원인이 그대로면 같은 부위 재발 또는 다른 부위로 전가됩니다. 해법은 대개 아픈 부위 국소 치료로 끝나지 않습니다. 머리 위치를 중심으로 되돌리고, 목의 경직을 풀고, 어깨와 골반의 비틀림을 풀어주며, 몸이 교차해서 꼬이고 풀리는 동적 움직임 속에서 스스로 정렬을 회복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팔다리의 움직임이 신경계에 ‘새로운 메모리’를 입력할 때, 보상 패턴이 조금씩 해제됩니다.
현실적인 실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매일 몸을 맞춘다(calibration)라는 인식을 가지십시오.
골반 회전 각도, 어깨 높이, 목의 좌우 회전이 유난히 막히는 쪽이 있는지 매일 가볍게 확인해 보시고 좌우 똑같은 각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운동은 ‘재활’ 개념을 넣어서 하십시오.
오른손잡이라고 오른쪽을 더 쓰고 더 부풀리는훈련은 불균형을 심화합니다. 훈련의 한 축은 일부러 왼손·왼다리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데 힘쓰시고 한쪽 우세 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경감해줘야 합니다.
여성은 근력 부족으로 “흔들리는 유연성”이, 남성은 근육 증가로 “갇힌 가동범위’’가 문제가 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전자는 지지력, 즉 근력과·안정성, 후자는 관절각도의 가동성과 탄성을 의식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1분 “바디 얼라인먼트” 체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거울 앞에서 머리-흉곽-골반이 한 선상에 있는지
- 어깨 높이/골반 높이 좌우 차이가 나는지
- 목을 좌우로 돌릴 때 막히는 방향이 있는지
- 한 발 서기 10초: 어느 쪽이 더 흔들리는지
통증은 적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경고등을 꺼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왜 경고등이 켜졌는지부터 같이 보자는 제안입니다.
런던한의원 원장
류 아네스 MBAcC, MRCHM
대한민국 한의사
前 Middlesex 대학 부설 병원 진단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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