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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글학교가 꼭 필요할까요?

hherald 2019.10.21 14:18 조회 수 : 3861

자격시험에 응시하거나 취업이나 입시에서도 지원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격 중 하나로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데 대표적인 기준이 토익 TOEIC이나 토플 TOEFL 성적이다. 우리가 사는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국가에는 IELTS가 있다. 이 성적에 기준을 정해 당락을 결정하거나 성적이 좋을수록 가산점을 더 주거나 하는 방식이다. 어느 대기업에서는 취업 후에도 모든 직원은 토익 몇 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 성적을 받을 때까지 계속 공부해 시험을 쳐야 한다. 유학, 이민을 오는데도 이 성적이 필요하다. 국제간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달렸지 않다. 돈이 아주 많지 않은 이상 어학 능력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 조국 딸의 표창장이나 최순실 딸의 학점과 달리 이런 시험은 논란의 여지가 적다. 맞힌 대로 점수를 받고 점수대로 평가를 받으니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어학능력시험이 있는데 바로 한국어능력시험 토픽 TOPIK. 흔히 토픽이 토익보다 어렵다고 한다. 토익은 듣기 읽기만 있어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영어 모국어로 생활한 사람은 대부분 문제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토픽은 듣기 읽기 쓰기로 돼 있다. 쓰기가 있어서 정확한 표현, 맞춤법, 띄어쓰기 등이 요구되니 최고 등급인 6등급을 받으려면 상당한 실력이 요구된다. 무엇 무엇에 대한 장단점을 논하라, 같은 문제가 나오면 논리적인 답을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을 위해 자연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십시오.>의 경우에는 어느 쪽이 중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쓰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 교육을 받았으니 한국어능력시험 정도는 가뿐할 거야, 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지난 토요일 런던한국학교 개교 47주년 행사가 있었다. 학예발표회를 했는데 사회를 본 두 학생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것을 교사가 얘기해줘서 알았다. 문제가 없는 한국말로 진행을 했고 간혹 비친 실수는 많은 사람 앞이라 어린 학생들이 조금 주눅 든 거로 생각할 정도였다.

 

이날 축사를 한 김은혁 한국학교이사장이 자기 경험담을 소개했다. 자신은 두 자녀에게 한글을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고 오직 한국학교에 다녔을 뿐인데 한국어를 잘하니 학교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내 경우도 한글을 집에서 가르친 적이 없다. 단지 두 아이가 한국학교 유치부부터 중학교까지 계속 다녔을 뿐이다. 둘 다 TOPIK 최고 등급의 자격증이 있는데 한국어 과외를 따로 받은 것이 아니라 한국학교를 계속 다닌 결과다. 그리고 이  TOPIK 자격증은 미국 언론사에 지원할 때 <더 타임스>, <KBS>, <BBC>에서의 인턴 경험보다 더 큰 장점으로 평가돼 합격에 큰 보탬이 됐다. 세계인의 눈에는 '뛰어난 한국어 능력이 있는 영어 가능자'가 '더 뛰어난 영어 능력자'보다 더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모양이다.

 

전 세계에 1,887개의 한글학교가 있고 영국에 22개 있다. 잉글랜드는 물론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글라스고 웨일스의 카디프, 브리젠드, 스완지에도 있다. 한글학교는 외국에 있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글, 한국의 역사, 문화를 교육하는 곳이다. 그래서 한두 명의 학생이 있어도 배우고자 하면 학교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47회 생일을 맞은 런던한국학교는 졸업생이 자녀를 낳아 이제 학부모가 되어 다시 찾는 학교가 됐다. 이처럼 다시 찾는 학교, 한글학교가 있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간혹 "이런 걸 가르치는 한글학교가 꼭 필요한가요?" 하고 묻는 이가 있다. 제발 한글학교에 자녀를 한 번 보내보고 난 뒤에 그런 질문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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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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