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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아직도 인종차별 광고라니

hherald 2017.10.09 16:42 조회 수 : 467

 

 

아내가 첫아이를 낳던 날이니까 25년 전 일이다. 신문사에서 광고회사로 이직을 해 광고계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담당했던 광고주 중에 의류회사 베네통 대리점을 막 개업한 사람이 있었다. 아내가 병원에서 해산을 준비하던 중 필요한 것이 있어 사러 잠깐 나갔다가 그 광고주와 마주쳤다. 마침 잘 만났다, 하며 붙잡혀 얘길 듣느라 늦게 병원으로 돌아와 아직도 서운한 소릴 듣는 입장이 됐는데 그의 하소연이 바로 인종차별 광고에 관한 것이었다. 그 광고주가 매장을 열던 시기 베네통에서 집행한 광고가 <백인 아이와 흑인 아이가 서로 안고 있는 사진>인데 백인 아이는 천사 분장인데 흑인 아이는 악마 분장, 백인 아이는 웃고 있는데 흑인 아이는 무표정, 이런 광고였다.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광고라며 불매운동이 일었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막 매장을 연 그의 입장에서는 난감했고 날 붙들고 하소연을 한 거였다. 내가 그 광고를 만든 것도 아닌데 라디오 광고 한 건 대행하는 입장에서 그의 하소연을 듣느라 아내가 지금 병원에 있다는 설명도 못 하고, 아직도 베네통 매장만 보면 그 광고와 그 광고주가 떠오른다.

 

 

25년 전 얘기가 긴 사설이 됐는데 이번에 비누회사 '도브'가 자기 비누로 씻으면 흑인이 백인으로 바뀐다는 의미의 광고를 해 비난을 샀다. 지난주 공개한 온라인 광고인데 <흑인 여성이 갈색 티셔츠를 벗으면 살구색 티셔츠를 입은 백인 여성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 여성이 다시 티셔츠를 벗으면?> 이런 내용이다. 고작 3초짜리 영상인데 도브 회사 측의 사과처럼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만큼 엄청난 잘못이 됐다. 그런데 도브는 몇 해 전에도 흑인 여성, 라틴계 여성, 백인 여성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에 ‘before’와 ‘after’라 표기해, 거친 피부의 흑인 여성이 도브를 사용하면 부드러운 피부의 백인 여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한 흑역사가 있다.

 

흑인의 피부색을 소재로 한 인종차별적인 광고의 최악은 아마도 중국 레이상 화장품이 아닐까. 한 흑인 청년의 입에 광고상품을 넣고 거칠게 세탁기 속에 밀어 넣어 돌리자 흑인 대신 흰색 티를 입은 동양인 남자가 세탁기에서 나오고, 여자는 기뻐한다는 게 광고다.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개념이 없다. 그런데 이 광고가 내 개인적 견해로 왜 최악이냐 하면 이런 조잡한 컵셉마저도 모방한 것이다. 이탈리아 광고에 백인 남자를 세탁기에 넣으니 멋진 흑인 남자가 나오는 것이 있는데 이 광고 동영상을 그대로 훔쳐 만들었다. 비난이 게세지자 사과하는 내용도 문제가 됐다. "처음엔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해외 언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아프리카인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식으로 사과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결론적으로 이 광고는 내용도 창의력도 제작 방식도 개념도 모두 최악이다. 

 

그래서 인종차별 반대 광고를 하나 소개한다. 혈액 파우치가 세 개 있다. 같은 AB형인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의 혈액 세 개다. 광고 문구는 <이것들이 하얀색, 노란색, 검은색으로 보이나요? 오직 빨간색입니다.> 인종은 달라도 모두 붉은 피를 가진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인종차별반대를 주장하는 광고다.

 

어릴 때 사용하던 크레파스에는 살색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살구색만이 살색이 아니라 검은색, 흰색도 살색이란 걸 이젠 웬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모르는 인종차별 광고가 또 나왔다니 개탄스러워 되짚어봤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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