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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프랑스 여배우에게 ‘#미투’란?

hherald 2018.01.15 19:24 조회 수 : 2529

 

 

지난해를 돌아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일까. 아마도 미투 Me Too가 아닐까. 해시태그 '#미투'로 표현된 성폭력, 성희롱 피해 사실 고발 캠페인인 '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소셜 미디어가 촉매제가 돼 그동안 권력으로 성추행을 일삼은 문화계, 정계, 언론계의 추악한 권력자들을 까발렸다.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을 폭로한 용기있는 여성들이 지난해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타임>지는 '침묵을 깬 자들 Silence Breakers'이라며 이들의 얼굴들을 표지에 올렸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우버 엔지니어로 직장 내 성추행 문제를 처음 폭로했던 수잔 파울러를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사건으로 촉발됐다.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운동이 확산됐다. 프랑스에서는 '#돼지를 고발하라(BalanceTonPorc)'라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진행됐다. 프랑스의 한 여기자가 "기업 임원이 부적절하게 유혹했다"고 폭로하면서 '돼지를 고발하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프랑스에서는 성적으로 방탕한 남성을 속되게 이를 때 '돼지 porc'라고 한다. 

 

그런데 <셸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프랑스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비롯한 프랑스 유명 여성들에게는 '미투운동'이 그리 탐탁지 않았나보다. 소위 프랑스의 여성 원로 100여 명 이상이 모여 <르몽드>지에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하다"며. 이 운동이 "힘겹게 얻어낸 성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들도 "성폭력은 분명 범죄이다."라고 했지만 "그러나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것은 (범죄가)아니다. 누군가의 무릎을 만졌다든가 도둑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남성들을 평생을 일해온 직장에서 쫓아내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돼지를 고발한 뒤에, 우리는 무엇을 갖게 될 것이냐, 창녀를 고발하라(call our your whore)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장인즉, 남성은 여성을 자유롭게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행인지 불행인지 묘하게도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이런 카트린 드뇌브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카트린 드뇌브가 가치 있는 발언을 했다. 남자가 여자를 유혹할 때 여자도 행복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다 아는 뻔뻔스런 호색한이 거들고 나섰다.

카트린 드뇌브의 주장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성폭력과 유혹을 구분하지 못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다,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보이게끔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는 식의 비난에 NYT의 카툰 작가는 "부유한 미모의 드뇌브, 공감대 부족"이라고 했다.

 

카트린 드뇌브는 페미니즘으로 사회 전체가 청교도적으로 변하는 것이 삭막하다는 단지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성의 자유가 중요하는 건 알겠는데 유혹의 자유가 무엇이며 왜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지, 그녀의 주장으로서만은 일반인에게 참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 비난을 받나 보다. 

 

그렇지 않을까? 제 아무리 우월하게만 살아왔다고 Me Too와 You Too의 차이조차 모르는 건 아닐 텐데.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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