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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힘을 다해 쟁취하는 것입니다. 미래는 여행처럼 쉬엄쉬엄 놀며 가는 것이 아니라 맘 다해 정복해야 할 미답지 개척 분야입니다. 숨 쉬는 것만으로 무기력하게 미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미래에선 또다시 길을 잃게 됩니다.

 

미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날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일상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습니다. 미래의 씨앗이 오늘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야 할 이유는 미래의 씨앗에 오염되지 않은 물을 주는 신성한 행위입니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 수 없다면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오늘이라는 거울에 비치는 것이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이라는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날이 아니라 어제라는 지난 과거에 뿌리를 두고 싹을 틔운 결과입니다. 오늘은 어제에 뿌리를 두고 오늘의 열매를 먹는 것이고, 오늘은 다시 내일이라는 씨를 뿌리는 순환의 연결고리를 가졌습니다. 어제 잘 못 살았다면 오늘 그 열매를 먹어야 합니다. 창조의 법칙은 뿌린 대로 거두기 때문입니다.

 

오늘이라는 결과는 어제의 삶에서 옵니다. 설령 오늘이 힘들고 고단한 삶일지라도 낙망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제는 비록 성실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오늘은 최선을 다해 한 걸음씩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미래를 바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삶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바꿀 기회가 매일 새롭게 선물처럼 주어집니다.

 

미래를 걱정하지 말아야 하고 지난 과거의 무덤을 찾아 아쉬움의 꽃다발을 바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오늘에 과거와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의 실수나 불성실함으로 인한 자책감에 괴로울 때가 있게 됩니다. 그것을 만회할 기회는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가면 됩니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동시에 더 깊고 넓은 삶을 위해 자신을 갈고닦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아가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후회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입니다. 후회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숙해진 결과입니다. 만약 후회만 한다면 오히려 삶을 병들게 하여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허상의 함수입니다. 후회만 하는 사람은 결코 미래를 정복할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의식적 무기력 환자일 뿐입니다.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는 천천히 걷습니다.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걷기에 지치지 않습니다. 천리는 오늘날로 약 400km의 거리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입니다. 지금은 자동차 문명이 있어서 서울, 부산은 그리 먼 거리는 아닙니다. 길이 잘 닦여져 있을 뿐 아니라 가장 빠른 고속철도인 KTX도 있어서 그렇게 먼 거리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 시대의 천리는 꿈의 거리입니다. 인간이 일평생 한번 갈 수 있을 만큼의 불가능한 거리를 일컫습니다. 소는 천천히 걸을지라도 그 거리를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걸음은 소보다 빠릅니다. 그럴지라도 천리를 갈 수 없지만, 소는 천천히 걸을지라도 천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거리상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을 정해 놓고 지치지 않고 날마다 그 길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는 우화적인 표현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먼 거리는 오늘에서 미래까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미래에 도착하기 전에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주어진 일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일상은 미래로부터 빌려 온 것입니다. KBS의 다큐인사이트 <도착한 미래>는 현재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극한의 자연재해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극한의 폭우와 바람, 가뭄이 일어나는 것은 바다로 인한 영향 때문이라 합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합니다. 인간의 문명이 뿜어낸 오염된 물질을 바다는 하루 70만 번의 파도를 일으켜 정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에 갇힌 열의 90%를 바다가 흡수합니다. 바다가 흡수하는 에너지는 1초에 원자폭탄 4개 분량이며 한 시간에 14,400개의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바다의 수온이 1도가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가 4~7% 증가하여 결국 그 수증기가 쌓여 강력한 물 폭탄이 쏟아집니다.

 

물의 총량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쪽에 비가 많이 내린다면 다른 한쪽은 가뭄으로 말라 죽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최근에 발생하는 극단적인 산불과 가뭄, 폭염 등의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에 사용해야 할 것을 미리 앞당겨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입니다. 정복해야 할 미래는 정복이 아니라 눈부신 문명의 발전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에 지배받게 됩니다.

 

오늘 현실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앞당겨 오늘이라는 현실에서 모두 사용해 버렸습니다. 느린 걸음, 느린 발전, 느린 일상은 어떻게 보면 미래를 보존하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현대는 속도에 민감합니다. 속도가 생명처럼 여겨지지만, 속도는 어둠의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오래전 빌 게이츠는 그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과 <생각의 속도>를 통해서 속도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속도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며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속도를 멈출 수 없다면 속도는 인류를 위협하는 최고의 살인 무기로 둔갑하게 됩니다. 정복해야 할 미래는 눈부신 문명의 발전보다는 정신적이며 인격적이어야 합니다. 미래를 향한 겸손함이 있어야 합니다. 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오히려 미래를 황폐하게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생각의 속도 보다는 주변 환경을 찬찬히 살필 수 있으며 걸음걸음에 인생을 담아 소중하게 걷는 우보천리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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