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혈당 스파이크”를 경계합니다. 고혈당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요. 그러나 실제로 인체가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것은 저혈당입니다. 고혈당은 천천히 몸을 망가뜨리지만, 저혈당은 즉각적인 생리적 위기를 초래합니다. 다시 말해, 고혈당은 “서서히 무너뜨리는 적”이라면, 저혈당은 “순식간에 공격하는 폭탄”입니다.
저혈당 상태에서는 세포가 연료 부족에 빠집니다. 머리가 멍해지고,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며, 심장은 두근두근 뛰기 시작합니다. 눈앞이 깜깜해지거나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들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태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냥 배고픈 게 아니라 죽을 것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인체는 혈당이 떨어지면 즉시 비상 경보를 울리고, 부신에서 코티졸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하여 혈당을 억지로 끌어올립니다.
이때 우리 몸은 말 그대로 전투 모드로 전환됩니다. 평소 점잖던 사람도 갑자기 초콜릿을 찾아 냉장고 문을 세게 닫거나, 교통 신호에 신경질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뇌는 포도당이 떨어지면 논리와 인내심을 유지할 여유가 없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생리 전후, 갱년기, 혹은 갑상선 기능이 약한 시기에 저혈당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영국 응급실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있습니다. 운전 중 갑자기 방향을 잃고 인도 위로 돌진한 70대 할머니가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합니다. 많은 노인 운전사고의 원인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혈당 급락으로 인한 순간적 블랙아웃입니다. 식사를 거르거나 약 복용 후 공복이 길어지면 혈당이 뚝 떨어지고, 순간 뇌로 가는 에너지가 차단되면서 방향감각과 판단력이 사라집니다.
게다가 저혈당은 단지 에너지가 떨어지는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혈당이 너무 낮아지면 혈관이 경련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미세출혈이나 뇌졸중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혈관의 탄성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저혈당성 혈관 수축이 훨씬 치명적입니다. 갑자기 어지럽거나 말이 꼬이고 손이 떨릴 때, 단순한 피로로 넘기면 안 됩니다. 실제로 이 상태에서 실신하거나 쓰러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저혈당은 왜 생길까요?
첫째, 식사 간격이 너무 길거나, 아침을 거르고 커피로만 버티는 습관입니다.
둘째, 단순당이 많은 음식을 먹은 뒤 혈당이 급상승했다가 급하강하는 ‘롤러코스터형 혈당 패턴’입니다.
셋째, 과도한 저탄수화물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입니다. 이런 식단은 간의 당생성 기능에 과부하를 걸어 결국 저혈당 스트레스를 일으킵니다.
저혈당이 반복되면 몸은 “에너지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지방을 더 열심히 저장하려 듭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저혈당 스트레스가 복부비만과 체중 증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밤에 자주 깨는 사람들, 꿈이 많고 새벽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 저혈당 상태를 겪고 있습니다.
결국 혈당 관리의 핵심은 “낮추기”가 아니라 **“안정시키기”**입니다. 혈당의 등락이 심할수록 인체는 노화가 빨라지고, 호르몬 균형도 무너집니다. 고혈당이 천천히 불을 붙이는 산불이라면, 저혈당은 번개처럼 내리꽂는 전기 충격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단 것을 끊으라는 말보다, 당신의 뇌가 굶지 않게 하세요.”
식사 때마다 단백질, 섬유질, 건강한 지방을 함께 섭취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엔 간단히 견과류나 삶은 달걀 하나라도 챙기세요. 그것이 약보다 빠르고 안전한 저혈당 응급처치입니다.
다음에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날 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내 몸은 나에게 SOS를 보내는 중이구나.”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제때 연료를 공급해주는 것, 그것이 진짜 건강관리의 시작입니다.
런던한의원 원장
류 아네스 MBAcC, MRCHM
대한민국 한의사
前 Middlesex 대학 부설 병원 진단학 강의
The Times선정 Best Practice crit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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