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好雨時節)은 중국의 시인 두보(杜甫, 712-770)가 한 말입니다. 두보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이라 불렸던 당나라 시대의 시의 거장입니다. 그의 시심은 인간의 마음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중심 사상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자연을 닮고 자연은 마음을 통하여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두보의 시심입니다.
호우시절은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입니다. 시인이 말하는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삶에 필연적인 질서입니다. 좌절과 고통의 순간에서 인간이 해야 할 질서의 본질이 있습니다. 일이 잘 풀려 대로가 열렸을지라도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질서의 본질이 있습니다. 그것을 두보는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리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많은 세대를 아울러 비를 향한 인간의 표현은 다양하게 반응하였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는 절대적인 신의 위치에 놓여 있기도 하였으며 감성과 사랑의 상징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고대 정치에서는 비를 다스릴 수 있는 자가 절대 왕권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가뭄이 들면 신의 저주로 여길 만큼 비는 인간과 뗄 수 없는 생명 공동체입니다. 현대에 있어서 비는 경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비가 오기만을 고대하며 하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비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은 경제적 준거 틀이 됩니다.
지난여름 무척이나 가뭄이 심했습니다. 가뭄이 심했다는 것은 다른 곳에는 비가 넘치게 내렸습니다. 집중 호우라는 말을 넘어서서 극한 호우라는 표현을 할 만큼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강릉 지역에는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아서 단수를 할 만큼 물 사정이 좋지 않아서 전국에서 소방차로 물을 공수하여 수원지 저수지에 쏟아붓는 일이 뉴스에 연일 보도 되었습니다.
최악의 가뭄으로 대책 마련에 대통령이 방문하여 물 공급 사정에 대해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강릉 시장님만큼은 좀 여유로운 듯 보였습니다. ‘9월에 비 온다’라는 말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장님의 말은 당연히 맞는 말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틀린 말이며 아무런 대책 없는 무책임한 말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물은 하늘에서 내린 비로 말미암습니다. 그러나 하늘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현대인들의 숙명입니다.
물 부족 현상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세계는 경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경제와 비는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풍성하게 주어졌습니다. 다만 많이 가진 자들의 주머니만을 채웠기 때문에 경제 가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경제적 가뭄인 침체 속에서의 희망은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이 있다면 동물은 고통의 순간이 오면 그 고통을 순간적으로 모면하기 도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은 온 지혜를 동원하여 그 고통에 맞서 대항하여 함몰되지 않고 극복하고 정복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그러하기에 경제적 가뭄, 경제 침체는 절망이 아니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온 것이 아니라 땀 흘림의 결과입니다. ‘간장막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명검이라 할지라도 그 검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의 손이 가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명검은 고난을 통하여 만들어져야 합니다. 현재에 직면한 극한의 어려운 상황의 늪에 있다며 세상과 특정 정치인들을 향해 원망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명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늘이 내리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명검이 만들어진 것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검은 관상용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명검만 믿다 쪽박 차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인생을 살면 살수록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결코 침체의 터널을 통과하지 않은 성장은 얼음과자와 같다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조금만 비치기만 하면 즉시로 녹아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을 거품경제라 합니다.
어두울 때 작은 빛이라도 그 빛은 보석이 될 수 있습니다. 조물주는 공평하게 하늘로부터 내리는 비를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더 많은 비를 요구했고 자신만을 위해 생명의 물을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나라가 경제 침체의 위기에서 허덕이게 되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굶주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절망은 아닙니다. 또다시 비는 내릴 것입니다. 다만 이 경제적 가뭄을 통하여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고난 속에서 명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호우시절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비는 시절을 따라 내리는 비입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비를 내려주는 조물주에게 감사해야 하지만 내려진 비를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명검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만들어진 명검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객의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