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오늘날 블랙프라이데이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일제히 할인 행렬에 뛰어드는 거대한 쇼핑 시즌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모습 뒤에는 의외로 어둡고 다소 혼란스러운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Black Friday”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시기는 1950~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였는데, 당시 경찰들은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블랙’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쇼핑객, 관광객, 그리고 주말에 열리는 대규모 미식축구 경기(Army–Navy Game)까지 겹치면서 도시는 극심한 교통 체증과 범죄 증가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경찰 입장에서 이 날은 문자 그대로 ‘암울한 금요일’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정적 의미는 시간이 흐르며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합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소매업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적자(red)에서 흑자(black)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는 상징적 해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부에 적자를 뜻하는 빨간 잉크 대신 흑자를 뜻하는 검은 잉크가 기록되기 시작한다는 설명은 소비자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왔고, 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는 빠르게 정착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쇼핑이 성장하고, 2000년대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초대형 유통업체가 할인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했습니다. 영국과 유럽에서도 2010년대 초반부터 주요 유통체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11월 할인 대전’은 글로벌 소비 문화로 자리했습니다. 놀랍게도, 필라델피아 경찰의 한탄에서 시작된 이 표현이 이제는 세계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기다리는 연말 쇼핑 시즌의 출발점을 의미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독자 여러분들이 득템 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준환변호사
법무법인 폴라리스 영국지사장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